바람직한 통신복지란 국민들이 저렴하게 최고성능의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것일진대, 2012년 3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통신비는 15만5000원이고, 그 중 이동통신비는 11만7000원(75%)으로 OECD 국가 중 2위라고 하니, 우리나라 국민들은 높은 통신비 때문에 충분한 통신복지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다른 옵션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0년 9월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제38조에 MVNO 제도의 근거가 명시됐고, 그 다음해부터는 저렴한 알뜰폰을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게 됐다. 이에 아직은 생소한 MVNO나 알뜰폰에 대해 알아보고, 그 법적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MVNO란 모바일 버추얼 네트워크 오퍼레이터(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의 약어로서, 우리말로 ‘가상이동통신사업자’ 또는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를 의미하며, 구체적으로 통신망을 가진 기존사업자의 설비 및 서비스를 도매로 제공받아 이용자에게 통신서비스를 재판매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여기서 통신망을 가진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를 MNO(Mobile Network Operator)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SK텔레콤, KT, LGU+가 여기에 해당하고, MVNO는 대체가 불가능한 이동통신설비(기지국, 기지국 제어기, 무선전송 등 라디오 액세스 네트워크)를 MNO로부터 임대해 자신이 보유한 대체가 가능한 설비(가입자 관리, 유심 카드, 교환국, 마케팅 등 Core Network)와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하나의 이동통신사업자(MNO)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시설과 고유의 주파수가 필요하므로 많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신규 진출은 어렵지만, 이미 형성된 시설과 유휴 주파수를 활용하는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는 이러한 제약을 받지 않기에 신규 진출이 용이하고, 통신요금이 저가이지만 MNO와 유사한 성능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MVNO 제도로 인해 이동통신망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신규 사업자 진출을 활성화해 경쟁을 고양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가입자에게 저렴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역사적으로 MVNO는 1990년대 후반경 유휴 네트워크 용량을 소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에서 탄생했고, 유럽 MVNO 사업 성공을 본받아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도 MVNO 제도를 도입했다.
유럽이나 북미의 경우 이 제도는 성공적으로 정착해 400여개의 MVNO 사업자가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고,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의 10% 정도가 MVNO 가입자이다. 특히 영국의 버진 모바일(Virgin Mobile) MVNO 사업자는 ‘패밀리 앤드 프렌드(Family and Friend)’라는 전략과 특화된 콘텐츠로 고객들을 유치해, 뉴욕증시 상장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지금까지는 MVNO 제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하에서는 MVNO 제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법적 쟁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MVNO 사업자는 필수적으로 MNO 사업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만일 특정 MVNO 사업자가 MNO 사업자에게 망사용을 요청하는 경우 MNO 사업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우리나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MVNO 사업자의 요청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MNO의 ‘도매제공의무 서비스’를 지정하고, 이 사업자들은 MVNO 사업자의 요청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및 방통위 고시(도매제공의무사업자의 도매제공의무서비스 대상과 도매제공의 조건․절차․방법 및 대가의 산정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서비스 중 셀룰러와 IMT-2000 서비스가 ‘도매제공의무 서비스’로 지정돼 있다. 따라서 MVNO 사업자가 요청하면 SK텔레콤은 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위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전기통신설비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둘째, MVNO 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위 도매제공의무 서비스 지정뿐 아니라 MVNO 사업자가 MNO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대가 산정이 적절해야 한다. MNO 사업자와 MVNO 사업자 사이에 있어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영역이다.
전기통신사업법 및 방통위 고시에 따르면 ‘도매제공 대가’는 ‘소매요금’에서 ‘회피가능비용’을 차감해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서 ‘소매대금’이란 도매제공의무 서비스의 요금 관련 수익을 같은 기간의 발신통화량으로 나누어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회피가능비용’은 판매영업기능비용, 기업이미지 광고기능비용, 대손상각비 등의 금액을 합한 후 같은 기간 발신 통화량으로 나누어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가 산정의 원칙은 도매제공의무서비스 제공자 외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도매제공의무서비스 제공자 아닌 사업자는 당사자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할 수 있다. 이처럼 MVNO 사업자는 소매요금에서 할인된 금액으로 대가를 MNO 사업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MNO 사업자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셋째, MVNO 사업자는 MNO 사업자에 비해 경제적으로 열세이므로 이들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불공정한 거래 행위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고, MVNO 사업의 성장도 불가능할 것인바, 전기통신사업법 및 방통위 고시에 따르면, MNO 사업자에게 차별금지의무와 부당한 서비스제공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즉 도매제공의무사업자(MNO)는 도매제공에 있어 동일한 시장 내 특정 재판매사업자(MVNO)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계열회사 또는 타사업자에게 제공하는 것에 비해 부당하게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과해서는 아니 되며, MNO 사업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만 도매제공을 중지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넷째, MVNO 사업자는 MNO 사업자의 통신망을 이용하므로, 가입자의 이용요금 산정시 MNO 사업자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 및 방통위 고시는 도매제공의무사업자는 재판매사업자가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과금정보, 민원처리를 위한 가입회선 관리정보, 기술방식, 회선구성, 연동 또는 접속 등의 관련 정보를 재판매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 MNO 사업자인 도이치 텔레콤(Deutsche Telekom)과 MVNO 사업자인 드릴리시(Drillisch) 사이의 유령 SIM 카드 사건이 유명하다.
이 밖에, MVNO 사업자는 MNO 사업자의 상표나 서비스표를 반드시 사용할 의무가 있는가, MVNO 서비스 해지시 이용자 전화번호는 누구에게 반환해야 하는가, SIM 카드에 장착된 소프트웨어는 MNO 사업자의 소유인가 아니면 MVNO 사업자의 소유인가, 명의도용폰의 경우 그 사용대금은 MNO 사업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하는가 아니면 MVNO 사업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하는가, 해외로밍시 요금 부담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 것인가 등의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법령에 강행적으로 규정된 사항 외에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해 결정되지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은 사후에 무효로 판명날 수 있으므로 계약체결 당시부터 심도 있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SK 텔레콤 망을 이용한 MVNO 사업자로는 한국케이블텔레콤(KCT), 아이즈비전, 몬티스타텔레콤, SK텔링크 등이 있으며, KT 망을 이용한 MVNO 사업자로는 CJ헬로비전, 프리텔레콤, 에넥스텔레콤, 에버그린모바일, 위너스텔, KT파워텔 등이 있고, LGU+ 망을 이용한 MVNO 사업자로는 몬티스타텔레콤, CMmvno, 프리티 등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국민적인 관심을 많이 끌지 못하고 있다.
MVNO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의존하는 태도를 하루 빨리 버리고, 독자적인 브랜드 개척, 다양한 혜택 개발과 독특한 콘텐츠 제공 등 MNO와 비교해 손색이 없는 양질의 통신서비스 제공에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이다.
MNO 역시 MVNO를 단순히 자신의 가입자를 빼앗는 경쟁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MVNO와 적극적인 제휴 및 특화된 서비스 개발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에 노력해야 한다. MVNO 시장의 정착과 활성화로 인해 이동통신시장의 양적 성장이 달성됨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질적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13. 2. 19.)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