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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생태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고 이용자가 이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효용’과 ‘부작용’이 발생한다. 정부는 효용을 늘리기 위해 진흥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규제를 하기 시작한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나 효용과 부작용이 생기면서 가치가 부여된다. 문제는 효용과 부작용에 대해 분리된 대응방식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규제에만 집중해왔다.

정부는 2016년 말 가상화폐를 이용한 유사수신행위를 단속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7년 9월에는 코인발행(ICO)를 전면 금지했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ICO에 대한 관심이 재정거래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해외 이체나 신용카드 결제 등을 통한 재정거래가 증가했는데, 이때 정부는 은행을 통한 해외 이체 금지, 신용카드의 해외 거래소 결제 금지 등의 강력한 규제를 만들었다. 2017년 12월에는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언급함으로써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출렁거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제도권 불편입이라는 잘못된 전제와 현상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규제에만 매달려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은 300여 만명이 넘는 거래자와 하루 거래액 수조원으로 이미 특정 시장과 산업으로 형성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전면 금지’, ‘전면 폐쇄’ 방식으로 가상화폐에 접근함으로써 효용을 쫓던 시장의 반발에 부딪쳐왔다.

지금까지 정부는 제도권 불편입이라는 근거없는 도그마에 매달려 규제 리소스를 낭비하곤 했다. 만약 적시에 안정화 정책을 폈다면 가상화폐가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바람직한 가상화폐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는 제도화를 통한 적정 수준의 규제를 해야한다. 다만 기술에 대한 규제가 아닌 가치에 대한 규제여야 한다.

즉, 거래소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해야 하며, 가격 변동성을 억제하고 거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 본다. 아울러 투기세력이나 시세조종세력 등을 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 투자자도 보호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기술과 가치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정부는 기술의 부작용을 억제할 수준으로만 시장에 개입해야 할 것이며, 시장이 기술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야 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18. 2. 10.)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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