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3이란 숫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옛날이야기를 읽다보면 유독 3형제가 많이 나오고, 단골로 등장하는 딸은 꼭 셋째 딸인 경우가 많다. 가위 바위 보를 할 때에도 삼세판을 한다. 심지어는 재판에서도 기본적으로 삼심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상법에서도 3 들어간 규정 많지만 근거는 빈약
상법에도 3이라는 숫자가 들어간 규정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주주제안권 행사, 소수주주에 의한 주주총회소집청구, 집중투표청구 등은 3% 이상을 가진 주주에게만 인정된다. 주식회사의의 이사도 원칙적으로 3명 이상이어야 하며, 이사나 감사의 임기는 최장 3년이고, 감사 선임 시 주주 의결권은 발행주식의 3%로 제한된다. 주주가 의결권의 불통일행사를 하려면 주주총회일의 3일 전까지 해야 한다.
이 3%, 3년, 3명 또는 3일이어야 하는 것은 당위성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입법자가 그 정도가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감사 선임 시 주주의 의결권제한 규정에서 3이란 숫자는 매우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상법 제409조는 감사를 선임할 때 주주의 의결권을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로 제한하고 있다(상장회사의 경우는 제542조의12 참조).
위 감사 선임과 관련해 3%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정당한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감사를 선임할 때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지는 않는다.
해당 규정이 얼마나 잘못된 입법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상법 규정을 문리 해석하는 경우 3% 제한 규정으로 인해 감사 선임을 위한 의사정족수(개의정족수)도 채울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궁여지책으로 의사정족수를 계산할 때는 ‘3%룰’을 적용하지 않고, 의결정족수(가결정족수)에서만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함으로써, 위 불완전한 3%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단체법의 원리상 주주총회의 의사결정에 관한 기본원칙은 다수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룰은 주주의 의사를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소수주주의 지배주주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한다는 목적만으로 3%룰의 정당성을 설명할 수도 없다. 이는 마치 국회에서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입법을 발의하는 경우, 거대 정당의 의결권을 국회 전체 의석의 3%로 제한해도 괜찮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주주 의결권 3% 제한하는 상법개정안 정당성 결여
지난달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중 하나로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재 여당이 국회 의석의 176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위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은 유력해 보인다.
이번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에 대한 것으로, 감사위원 1명 이상을 다른 이사와 별도 선출하되,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당성이 결여된 3% 의결권 제한 규정 위에 감사위원 분리 선임 안을 덧대는 형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탑을 쌓을 때 주춧돌이 부실하면 무너지기 마련이다. 당위성도 없는 숫자 3을 유지하려는 마음만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규율해서는 안 된다. 상법 제369조는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는 점을 선언하고, 상법 제368조는 주주총회의 보통결의는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소수주주의 권리 보호는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의 형성을 위하여 반드시 고려돼야 하나, 회사 운영의 최우선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숫자 3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최소한 세 번 이상의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친 후 체계적인 상법 개정이 추진되기를 바란다.
* 법무법인 민후 이연구 변호사, 이데일리(2020. 10. 4.)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