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경 시행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특히 대기업 소프트웨어사업자의 국가기관등의 발주사업 참여 제한 조항(제24조의2)으로 인해 소프트웨어산업에 일대 폭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그 미치는 영향이 심대함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일부조항의 모호함 때문에, 법적용을 받는 기업들이나 법집행을 해야 하는 정부기관들도 모두 갈팡질팡하고 있는 실정이며, 오히려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한 공공기관의 하드웨어(HW) 기기 변경 사업을 두고, 소프트웨어산업법이 적용되므로 대기업이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과 소프트웨어산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이런 논란을 포함해, 이 법의 몇 가지 모호한 점을 제시하고, 그 법적 해결책을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 변경 사업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소프트웨어산업인지 여부의 모호함이 문제이다.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의 변경이나 추가가 있는 경우, 단순히 기기를 변경하거나 새로이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 안에 윈도, 오피스, 한글 등의 구동 소프트웨어(SW)를 설치한 다음 기존 시스템에의 호환·연동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소프트웨어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 변경 사업이 소프트웨어사업인지 아니면 하드웨어사업인지에 대해 다툼이 발생한 것이다.
만일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의 변경이나 추가 사업을 소프트웨어사업으로 분류한다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적용돼 대기업이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소프트웨어사업이 아니라 하드웨어사업이라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적용되지 않아 대기업 입찰에 제한이 없게 된다.
한편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적용되는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제2조 제2호는 지난 2010년부터 ‘소프트웨어의 개발, 제작, 생산, 유통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 및 「전자정부법」 제2조 제13호에 따른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등과 관련된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전자정부법 제2조 제13호는 ‘정보시스템’에 대해 ‘정보의 수집·가공·저장·검색·송신·수신 및 그 활용과 관련되는 기기와 소프트웨어의 조직화된 체계’로 정의하고 있다.
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제2조 제2호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① 소프트웨어의 개발, 제작, 생산, 유통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 및 ② 전자정부법에 따른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등과 관련된 산업이 소프트웨어산업이라는 것이고, 따라서 이 사안의 쟁점은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의 변경이나 추가 사업’이 위 2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먼저 ① ‘소프트웨어의 개발, 제작, 생산, 유통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에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의 변경이나 추가 사업’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살펴보건대, 모든 기기에는 불가피하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소프트웨어가 존재한다고 해 또는 소프트웨어 작업이 필요하다고 해 ‘소프트웨어의 개발, 제작, 생산, 유통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아니되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즉 하드웨어 내의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종속적이면 소프트웨어사업이 아닌 하드웨어사업으로 보고, 하드웨어 내의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종속적이지 않으면 소프트웨어사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의 변경이나 추가’로 인해 필요한 소프트웨어작업이 기존 시스템에의 호환성·연동성을 위한 소프트웨어작업이라면,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의 변경이나 추가 사업’은 소프트웨어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더불어, 소프트웨어가 범용으로서 하드웨어 종류와 상관없이 구동하는 상용프로그램인 경우, 사업자가 아닌 발주자가 하드웨어의 소프트웨어작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경우, 하드웨어가 기성품으로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것인 경우, 하드웨어의 A/S를 하드웨어 판매업체가 제공하는 경우 등은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의 변경이나 추가 사업’은 소프트웨어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소지가 크다.
다음으로 ② ‘전자정부법에 따른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등과 관련된 산업’에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의 변경이나 추가 사업’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살펴보건대, 전자정부법 제2조 제13호는 ‘정보시스템’에 대해 “정보의 수집·가공·저장·검색·송신·수신 및 그 활용과 관련되는 기기와 소프트웨어의 조직화된 체계”로 정의하고 있기에, 일단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는 전자정부법에 따른 정보시스템에 포함된다고 볼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가 전자정부법에 따른 정보시스템에 포함된다고 해, ‘PC·주변기기 등의 하드웨어 기기의 변경이나 추가 사업’이 소프트웨어산업이라고 볼 수는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전자정부법상의 정보시스템에 관한 사업은 하드웨어사업과 소프트웨어사업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개념인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상의 ‘전자정부법에 따른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등과 관련된 산업’는 위 정보시스템에 관한 사업 중에서도 특히 ‘소프트웨어산업’만 가리킨 것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하드웨어사업도 함께 규율해 하드웨어사업 관련법인 정보통신공사업법 또는 전기통신사업법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사태가 발생하며, 단순한 하드웨어산업까지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포섭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소프트웨어가 들어가기만 하면 단순한 하드웨어 판매사업자도 소프트웨어사업자라고 파악할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② ‘전자정부법에 따른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등과 관련된 산업’이란 ‘전자정부법에 따른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등과 관련된 (소프트웨어)산업’ 또는 ‘전자정부법에 따른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등과 관련된 산업 중 소프트웨어산업’이라고 해석해야 전체 법취지나 법제목에 맞는 해석이라 생각한다.
중소기업의 보호는 반드시 이루어야 할 덕목이지만, 법해석을 왜곡해서까지 그 보호가 행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들어가기만 하면 하드웨어사업까지 포함해 소프트웨어사업을 개념정의하게 되면, PC·모바일을 판매하는 대기업까지도 소프트웨어사업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둘째,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제24조의2 제2항에 의하면, 대기업은 일정 사업금액 이하의 소프트웨어사업에 대해는 참여가 제한되는바, 하지만 법적용상 이러한 금액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예컨대 매출액 8천억원 이상의 대기업은 사업금액이 80억원 미만인 사업에 대해 참여가 제한되는바, 사업기간을 늘리면 손쉽게 사업금액을 80억원 이상으로 만들 수 있다.
현재는 사업기간에 상관없이 사업참여 가능한 사업금액을 산정하고 있어 발생하는 문제인바, 이러한 산정방법에서 벗어나 전체 사업금액을 사업기간에 나눈 연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제24조의2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대기업인 소프트웨어사업자 자신이 구축한 소프트웨어사업의 유지 및 보수에 관한 사업’의 경우에는 대기업의 참여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데, 법적용상 구축의 정도가 명확하지 않다.
예컨대 대기업인 소프트웨어사업자가 전부를 구축한 소프트웨어사업의 유지·보수 사업에 관해 대기업의 참여제한이 적용되는지 것인지, 아니면 일부라도 구축에 참여했다면 소프트웨어사업의 유지·보수 사업에 관해 대기업의 참여제한이 적용되는지 것인지에 명확하지 않다. 앞으로 이 점에 대해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이상 소프트웨어진흥법 제24조의2의 적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법이 모호하면 법의 실효성까지 해치게 된다. 애써 만든 상생의 법안이 법 자체의 모호성 때문에 실효성까지 잃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관리를 다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디지털데일리(2013. 6. 24.)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