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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기대와 우려


문재인 정부의 출범 당시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공정경제 이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다시 한 번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사익편취규제, 기업결합 신고의무 대상 확대,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큰 골자로 하고 있다.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전속고발권 제도란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경성담합’과 관련한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만 고발권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그동안은 공정위가 폭넓은 재량이라는 이름 아래 고발 여부의 결정을 소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경성담합의 경우라도 공정위의 고발 없이 검찰이 자유롭게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성담합에만 전속고발권을 폐지한다고는 하나 실상 담합행위의 90% 정도가 경성담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담합행위에 대해서 검찰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주무관청인 공정위와 범죄수사에 전문성을 가진 검찰 간의 긴밀한 공조가 이뤄진다면 심도 깊은 수사가 가능하다는 기대도 있지만, 전국 각지의 경찰서와 검찰청에 고소고발이 난무해 수사력이 낭비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위와 검찰 두 기관을 모두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소고발 대응으로 인한 기업의 법률적 비용의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 예상되고, 이는 특히 법적 대응에 취약한 중소기업에서 큰 문제로 작용될 것이다.

기업 총수일가에 대한 규제 강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상장회사 기준으로 총수일가가 30%(비상장회사의 경우 20%) 지분을 가진 기업에 대하여 기업의 내부거래(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일괄적으로 20%로 해 사익편취 규제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이밖에도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제 등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의 결과가 중소기업의 활성화, 나아가 공정한 경제질서 확립으로 이어질지는 상당한 의문으로 남는다.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

사인의 금지청구제도의 경우 일본을 제외한 미국, 독일, 스웨덴 등 OECD 회원국들에서 인정하고 있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이번 개정안에서 그 대상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청구권자는 불공정거래행위의 피해자로 한정해 사인의 금지청구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경쟁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청구권자 제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이는데, 기본적으로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는 손해배상제도의 예외적·보충적 제도라는 점에서 손해배상만으로 구제가 어려운 경우에만 인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처음으로 도입하는 제도이므로,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한다면 제도 활용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요건을 정함에 있어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결합 신고기준 변경

마지막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결합에 대한 신고기준도 변경하고자 하고 있다. 현행 신고기준은 피취득회사의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이 300억원 이상일 경우 기업결합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위 신고기준에 미달하더라도 거래금액(인수가액)이 큰 경우에는 신고의무를 부과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래금액을 기반으로 해 신고기준을 내세우는 것은 기업거래 시장을 위축시킬 염려도 있다. 자칫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기업거래를 위축시켜 기업의 성장가능성이 차단될 수 있고, 기업결합에 관한 공정위의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을 배제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공정거래법의 경우 산업경제의 혁신과 성장과 바로 직결되므로, 이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단순히 대기업 규제 늘리기만으로 중소기업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반사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정안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이를 위한 적절한 수단과 방법에 해당하는지, 규제로 인해 기업의 이익이나 성장가능성이 저해될 요소는 없는지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약 40년만에 이루어지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공정경제로 가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해본다.

* 법무법인 민후 구민정 변호사, 이데일리(2020. 10. 25.)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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