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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연구개발혁신법, R&D사업 발전 도화선 되려면


정부는 국가경쟁력 향상 및 주력산업 성장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과학기술혁신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연구개발(R&D)사업을 관리할 수 있는 법령은 2001년 제정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공동관리규정)’에 불과하다. 이역시 제정된 이후 별다른 개정없이 20년 넘게 적용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연구사업을 지원하고 제재하기에는 미흡하고 불필요한 행정적 규제가 많다는 점이 늘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지난 1일 시행됐는데, 이로써 부처별로 다르게 적용해오던 연구개발 관리규정을 체계화하고 R&D사업에 관한 공통의 규범을 마련함으로써 R&D사업을 통합적·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됐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무엇이 바뀌었나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서는 사업 추진의 모든 단계에서 연구자의 자율성·창의성을 확대하고, 도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였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로 손꼽힌다.

특히 가장 주목할 점은 연구개발과제와 기관을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상향식(bottom-up) 추진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연구주제 선정에 있어서 연구자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정 절차에 있어서도 사전검토와 선정평가를 분리하여 선정평가 시에는 연구개발과제의 계획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평가결과의 전문성 및 타당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기존의 연차협약과 연차평가를 폐지했다. 이는 불필요한 ‘실적 쪼개기’나 연구자의 행정적 부담을 야기시켜 심층적 연구결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협약기간을 전체 연구개발기간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연구비 이월은 물론 연구자의 자율성 확보, 연구자의 행정부담 완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연구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조항도 생겼다. 현재는 R&D사업의 성과를 연구기관의 소유로 하고 있어, 연구자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서는 기관이 연구자로부터 성과에 대한 권리를 승계해 소유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시해 연구자의 원천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연구자의 권리를 강화함과 동시에 그에 따르는 책임 역시 강화됐다. 연구자의 부정행위의 유형별 제재 사유와 기준을 구체화해 부정행위에 해당할 경우 연구 참여제한 처분은 최대 10년, 제재부가금은 연구개발비의 최대 5배까지로 그 범위를 강화했다.

제제처분과 관련해서는 제척기간의 신설을 주목할 만하다. 기존에는 제재조치에 대한 제척기간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위반행위 발생 이후 몇 년이 경과한 뒤라도 제재처분이 가능했다. 이는 연구자의 법적 안정성 훼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고, 제척기간을 신설해 과제의 종료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제재조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연구자의 법적 안정성과 행정의 신뢰성을 보장하도록 한 규정이라 볼 수 있겠다.

법령 취지 실현 위한 하위법규·추가논의 필요

국개연구개발혁신법은 R&D사업에 대한 공통 규범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으나, 다소 미흡한 점도 발견된다.

해당 법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R&D사업 추진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도록 했는데, 각 부처의 문제 발생시 적극적 규제가 아닌 단순히 개선 권고나 이행 점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해당 법안의 제정목적이나 입법취지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므로, 연구개발 관련 내부 규정 및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조사 기능 강화와 같은 추가 조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여전히 제재처분 대상에 수행과정과 결과가 불량한 경우를 포함하고 있어 연구 과정의 성실성을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도전적인 연구개발의 경우 결과의 불량성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다각적인 평가방식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법령의 제정 취지를 충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하위법규의 마련이 시급하다. 시행령은 지난해 12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이 법과 동시에 시행되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연구개발비 사용기준, 국가연구개발정보 처리기준 등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적용을 위한 고시는 행정예고 단계에 있다.

법령이 시행됐다 하더라도 실무에서 반드시 필요한 구체적 요건들을 정하여 제시해 주지 않는다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규제로 관련 사업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향후 부처별 연구개발 규범을 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고, 이 법이 현장에서 더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가 계속돼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구민정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21. 1. 10.)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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