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의 기술유출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16년 연초만 해도, 현대중공업의 400억원 상당의 ‘힘센엔진’ 도면이 중국에 유출됐다는 언론보도가 있었고, 바이오스타의 줄기세포 기술 자료는 일본에 유출됐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너무 많은 관련 보도에 무뎌지고 식상할 정도다.
통계를 살펴보면, 해외로 유출된 기술 피해는 최근 2010부터 2014년까지 5년간 229건에 이르고 피해액도 연평균 50조원에 달하고 있다. 50조원이라면 중소기업(평균 연매출 107억원) 4700개의 연매출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산술적인 수치로만 보아도 그 피해금액을 줄이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기술보호 없는 기술개발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이기 때문이다.
무형재산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현재 기업 환경에서 기술은 국가 경쟁력 자체라 할 수 있다. 첨단기술의 유출을 방관한다면 경쟁자는 비용이나 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동일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기술보호는 국가 흥망이 걸린 문제고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서 기업도 국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기술자보호’다. 많은 경영자들이 실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얼핏 보면 ‘기술보호’와 ‘기술자보호’는 같은 의미로 보이는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 상충적인 면이 있다. 단편적인 기술보호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취급하는 기술자를 잠재적 절취자로 보아 행동을 제약하고 감시와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관념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기술보호는 기업이나 국가가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기술을 취급하는 기술자의 자발적 협력이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바로 기술보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바람직한 기술보호 정책은 오로지 기술 자체의 보호에만 치중해서는 아니 되고, 기술자보호 정책과 병행되어야 한다. 기술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며 희생만을 강요하는 기술보호 정책 또는 기술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여 대립각을 세우는 기술보호 정책은 기술자들의 반발을 일으켜 종국적으로 실패한 기술보호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자가 개발한 기술에 대한 시의적절한 보상(예컨대 직무발명 제도)도 더욱 활성화·실질화해야 할 것이고, 지속적인 교육이나 홍보를 통하여 기술자의 자발적인 협력이나 도움을 유도하는 기업 ‘문화’를 반드시 달성하여, 기술보호와 기술자보호의 조화 및 기업과 기술자가 같이 윈윈(Win-Win)하는 선순환구조를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아시아투데이(2016. 2. 24.), 리걸인사이트(2016. 2. 25.)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