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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포스트휴먼 사회와 법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초기 지구에는 식물만이 존재했고 곧이어 동물과 인간이 등장했다.

그리고 현재 지구는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공존하면서 수십억년의 세월을 담고 있다. 식물 입장에서는 기동성 있는 동물이 새로운 현상이었을 것이고 동물 입장에서는 사회를 만들고 소통을 통해서 문명을 창조하는 인간이 매우 위협적인 존재였을 것이다.

어쨌든 맨 마지막에 등장한 인간은 지구에서 더 먼저 생존했던 식물과 동물이 아닌 자신이 진정한 지구의 소유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적 관점에서 지구의 주인은 여러 번 바뀌었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또 한 번 지구의 주도권 다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포스트휴먼(posthuman)이 서서히 우리 주변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휴먼이란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다. 사이보그, 로봇, 개량인간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고 포스트휴먼 사회는 휴먼과 포스트휴먼이 공존하는 사회다. 포스트휴먼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신체적·지식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류보다는 뭔가 뛰어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포스트휴먼은 어떤 방식으로 등장할까?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을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으로 예상하면서 이때가 되면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초월하게 됨으로써 기술발전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이라고 보았고, 미국 카네기멜로대학의 로봇공학연구소는 앞으로 2020년에는 생쥐의 지능을 가진 로봇이, 2030년에는 원숭이 수준 로봇이, 2040년이 되면 인간 지능에 가까운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자율(autonomous) 기능만을 가진 기기들이 중심적이겠지만, 이 기기들이 어느 순간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능을 가진 로봇으로 진화할 것인바, 이렇게 월등한 능력의 포스트휴먼이 등장할 때에 바로 인간 혁신의 종점이자 인류 문명의 전환점이라고 할 정도로 큰 위협의 시기가 올 것이다.

SF 영화를 보면 이러한 걱정은 극명하다. 예컨대 윌 스미스 주연 영화 '아이로봇' 속 중앙컴퓨터 '비키'는 '인간은 전쟁, 환경파괴, 사고 등을 통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므로 자유의지보다는 통제 하에 있어야 안전하다'는 논리로 창조자인 인간을 통제하려 했다.

포스트휴먼의 등장과 발전은 인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인간 중심의 기존 철학은 그 대상을 확장해야 할 것이고, 사람(人)과 물건의 2분법적인 법의 관점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경제 규모나 국방력은 사람 수에 더해 로봇 수로 측정될 것이며,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직업 양상도 달라질 것이고 각종 복지제도도 전면 수정돼야 한다.

이렇게 포스트휴먼 사회가 도래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인간이라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직 새로운 철학과 법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해 줄 것인바, 포스트휴먼 시대의 진정한 혁신은 인간 존엄성의 재발견'이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전자신문(2015. 8. 26.), 블로그(2015. 8. 27.)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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