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지원 하에 2017년 1월 발간된 '데이터 소유권 백서'(Building the European Data Economy - Data Ownership WHITE PAPER)는 유럽의 데이터 경제 구축을 위해 '데이터 소유권'을 새로운 권리로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계약법에 따른 시장의 다양한 상업적 협의는 데이터의 사용권의 개념이나 범위 내지는 그와 관련된 당사자간의 권리·의무에 대해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불명확성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유럽의 데이터 경제 발전에는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데이터 가치에 대한 안정적인 법적 보호가 있어야 데이터 시장·경제가 성장할 수 있으므로 데이터에 대한 안정적인 법적 보호 장치로서 소유권(ownership)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데이터(개별데이터 또는 집합데이터)에 대한 시장에서의 거래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그 누구도 재산적 가치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터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는 없고 오직 계약법이나 지식재산권에 의해 부분적·불완전하게 보호되고 있다.
예컨대 데이터는 경우에 따라 저작권에 의해 보호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창작성이 없는 데이터의 경우 저작권에 의한 보호가 어렵다. 저작권에 의한 데이터의 보호는 매우 불완전한 상태다.
또 다른 예로, 데이터는 경우에 따라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로 간접적으로 보호될 수 있지만,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는 데이터 자체에 대한 보호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는 독점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복제·재생산 되는 데이터의 특성에도 맞지 않는다.
계약이라는 것은 당사자별로 상대적이고 유동적이기 때문에 법적 보호 수단으로는 매우 미흡하며, 데이터의 가치는 협상 능력에 심하게 좌우되기 때문에 오히려 그 불확실성만 가중시킬 뿐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데이터에 대한 법적 보호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적 불확실성에 놓여 있는 것이 현 데이터의 실태다. EU는 데이터 시장의 확장이나 데이터 경제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데이터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 데이터 소유권 도입에 관심을 보인다.
데이터 소유권은 비록 민법의 소유권과 동일한 용어로 쓰이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다. 데이터는 무제한 복제·재생산·공유돼야 하기에 배타적·독점적 소유권 개념이 아니라 그 정보의 성질에 맞는 데이터 소유권 개념으로 도입해야 한다. EU도 역시 배타적이지 않은 데이터 특유의 소유권 개념을 전제로 논의 중이다.
데이터 소유권은 데이터의 자산 가치를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데이터가 중요하며, 실제로 데이터 시장 규모는 실물 시장 규모에 비해 하여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자산 가치를 제도권 내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소유권 개념의 법적 도입은 데이터 자산 가치를 사회적으로 수용하면서 궁극적으로 데이터의 거래나 유통 활성화, 나아가 데이터 가치의 극대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끌어가는 것은 데이터다. 데이터의 대한 법적 보호의 수립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쟁터 선봉에게 첨단 무장을 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 개념 도입이 그 시작이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IT조선(2017. 9. 15.)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