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3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다. 이 중 주권이란 국가와 국민을 연결하는 사상적 고리 역할을 하며, 영토 내의 절대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의미한다.
기존의 주권 개념이 물리적 경계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자율성을 의미한다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주권은 사이버 영역의 디지털 자원에 대한 각 국의 통제 권한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물리적 영토와 달리 사이버 영토는 그 특징상 경계의 획정이 어렵고 모호하기 때문에, 더불어 인터넷의 자유라는 특유의 가치 때문에, 디지털 주권은 현실적인 주권보다 약화될 수 있는 면이 있다. 반면 물리적 영토와 자국 국민에 한정되던 현실적 주권보다 그 적용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는 특징도 있다.
디지털 주권의 개념은 인터넷 주도권에 대한 다툼 또는 미국 IT 기업의 인터넷 패권에 대한 반발로 본격화되었으며, 디지털 주권의 개념은 각 국의 정치적 입장이 반영되어 사용되기도 하므로 일의적인 의미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주권은 인터넷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의미하며, 디지털 주권은 소비자의 보호와 안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예컨대 자국민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 개인정보보호 법령을 글로벌 기업에 강제하는 것이 이러한 예이다.
하지만 디지털 주권을 소비자의 보호와 안전에 한정되어서 사용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고, 오히려 디지털 주권은 국내 IT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공정한 인터넷 시장 형성 목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개념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정부의 디지털 주권은 소비자 측면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더불어 민간의 한 축인 기업 측면에서도 작용될 수 있고 작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IT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공정한 인터넷 시장 형성 목적을 위해서 디지털 주권이 필수적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현재 인터넷 시장에서 일부 글로벌 기업은 우리나라의 주권적 작용ㆍ국내법의 규제가 관철되지 않는 공백을 이용하여 규제 밖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고, 막대한 부에 대한 정당한 납세도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데이터 독과점 체제를 형성하여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시장의 기능을 훼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의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우리 정부의 주권적 작용이 사이버 영토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 개입의 공백 또는 불완전성으로 인하여 인터넷 시장의 공정성은 훼손되고 있으며, 역차별 등의 불이익을 받는 우리 IT 기업의 경쟁력은 잠식당하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는 디지털 주권을 근거로 인터넷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국내 IT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공정한 인터넷 시장 형성 목적을 달성하여야 한다.
둘째, 디지털 주권이 부각된 이유는 외국의 공권력(예컨대 스노든 사태)에 기인한 면도 있지만, 대체로 외국의 거대 공룡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반발로 인한 것이다.
외국의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반발로 디지털 주권 개념이 거론되기는 하였지만, 외국의 글로벌 IT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 IT 기업의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의 디지털 주권 개념은 공허한 외침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주권이 공허하지 않고 실질적인 견제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우리나라 IT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 있어야 한다. 현실적인 국가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의 디지털 주권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주권과 우리나라 경제 경쟁력은 순환적 고리 형태로서 서로 원인이 되며 서로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정부의 디지털 주권은 소비자의 보호와 안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국내 IT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공정한 인터넷 시장 형성 목적을 위해서도 발현되어야 한다.
디지털 주권의 발현은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과 같은 정부 공권력에 의하여 이루어지는바, 정부는 법령의 제ㆍ개정(예컨대 역외적용 조항, 역차별적 규제의 개선 등), 행정권의 발동(예컨대 독과점 규제, 과징금의 부과 등) 등을 통해서 국내 IT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공정한 인터넷 시장 형성을 위하여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18. 2. 23.)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