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소진이론(또는 권리소진원칙)이란 저작재산권자 A로부터 배포권을 취득한 저작재산권자 B가 당해 저작물을 제3자에게 다시 양도하는 경우에는 A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최초 판매의 원칙이라고 칭한다.
이 이론은 저작권침해 중 배포권 침해를 판단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원칙의 도입에 대하여는 여러가지 이유로 그 정당성을 설명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저작권자가 최초 판매하였을 때 이미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별도의 보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도 있고, 저작권자의 권리와 소유권자의 권리가 충돌한 현상에 대하여 조화롭게 해결을 시도하는 이유 등도 있다.
어쨌든 배포권에 대하여는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기 때문에, 예컨대 출판사로부터 적법하게 구매한 중고책은 다시 재판매를 하더라도 출판사의 저작권에 대하여 침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저작권법은 제20조 단서에 권리소진이론을 규정하고 있는바,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당해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의 내용이 그것이다.
이 조문을 해석함에 주의할 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 저작권에 있어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는 경우는 배포권에 한한다. 다른 저작재산권의 경우에는 그 적용이 없다는 점을 오해해서는 아니된다.
둘째,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는 경우는 B가 적법하게 취득한 저작물에 대하여만 적용된다. 불법적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 B가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한 경우에만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된다. 예컨대 매매, 교환, 증여, 소유권의 포기 등이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한편 디지털저작물에 경우는 어떠한가. 대표적으로 UsedSoft vs Oracle International 사건이 유명한데, 오라클(Oracle)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저렴하게 구매한 후 이를 고객에게 판매해 오라클 웹사이트에서 소프트웨어를 다운받게끔 해 주는 유즈드소프트(UsedSoft)사에 대해 오라클사가 저작권침해를 주장했던 사안이다.
이 사안에서, 유럽사법재판소 및 독일연방대법원은 각 2012년, 2013년에 인터넷에서 컴퓨터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는 경우에도 오프라인 판매와 같이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된다고 판시해 유즈드소프트사의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다. 다만 유럽사법재판소는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저작자가 시간적 제한 없이 라이선스를 허락해야 하고, 유즈드소프트사가 판매 이후 해당 프로그램을 삭제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고, 독일연방대법원도 이 조건을 지지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9. 2. 17.)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