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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의 XRP는 증권인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코인인 리플의 XRP(리플에서 보유하는 암호 화폐 단위)가 미국 내 집단소송에 휩쓸려 있다. 2018년 4월 처음으로 시작된 집단소송은 6월과 7월에도 연속적으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의 주장은 “XRP는 증권(security)임에도 불구하고, 리플은 법률상 정해진 증권발행에 대한 등록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는 것이다.

원고들은 또한 “리플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다르게 고도로 중앙화돼 있고, 리플팀은 XRP의 공급과 배분을 제어하면서 자산의 가격에 영향력을 주어 왔으며, 특히 리플팀은 5500만개의 XRP를 에스크루 계좌에 봉쇄해 놓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들의 소제기는 2018년 6월 야후 행사에서 미국 증권당국인 SEC(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디렉터 윌리엄 힌만이 한 말에도 영향을 받았는데, 윌리엄 힌만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경우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밝혔지만, 리플에 대해서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당시 SEC의 증권 해당성 판단의 기준을 몇 가지 제시했는데, 공교롭게도 XRP는 증권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해석이 됐다.

사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스위스 금융당국인 FINMA도, 증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 2018년 2월 FINMA는 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지급형 토큰을 증권으로 보지 않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증권이라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 리플은 적극적으로 응대하면서 증권으로 볼 수 없다는 항변을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의 일부는 아래와 같다.

첫째, 우선 미국 재무부의 FinCEN(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으로부터 2015년 45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으면서, 당시 XRP는 통화(currency)이지 증권은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 FinCEN은 리플이 통화인 XRP를 판매하면서 MSB(Money Service Business)로서의 자금세탁방지(AML)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를 삼았고, 결국 벌금 부과의 합의를 통해 유통을 허락받았다.

리플 측 입장에서는 FinCEN으로부터 이미 통화라는 판단을 받았고 이 전제에서 합의까지 마쳤는데, 원고들이 집단소송을 통해서 증권이라고 주장하면서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둘째, 리플의 CEO인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인터뷰를 통해 "리플이라는 회사가 내일 없어져도 XRP는 지속해서 존재한다"면서 증권이라는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XRP가 사실상 중앙화되어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만일 XRP가 증권이라는 법적 판단을 받는다면, 앞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다루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더불어 XRP와 유사한 비즈니스모델을 택한 ICO 디지털 토큰의 경우도 같은 상황에 부닥쳐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XRP에 대한 이러한 논쟁이나 집단소송은 암호화폐(가상화폐)나 ICO 디지털 토큰의 법적 판단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나 ICO 디지털 토큰은 판단 결과에 따라 제반 규제의 적용 여부가 결정될 것이기에 블록체인 경제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8. 7. 15.), IT조선(2018. 7. 17.)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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