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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광고에 대한 규제, 소비자 권리보호의 선봉장일까 또 다른 족쇄일까


오래된 노트북을 바꾸려던 대학생 A씨는 검색사이트를 통해 최신 노트북 가격을 검색하였다. 너무 많은 노트북 종류와 사이트마다 천차만별의 가격에 일단 중간고사 과제부터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과제 준비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있는데, 배너 광고로 최저가 노트북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소개된다. 이러한 타깃형 광고 등 맞춤형 광고는 더 이상 놀랍거나 새롭지 않다. 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시대인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나' 자신보다 더 '나'를 잘 아는 것 같은 느낌을 들기도 한다.

맞춤형 광고란 소비자의 온라인 검색기록과 웹 사이트 방문 인력, 앱 사용이력, 브라우징 정보 등(이른바 '온라인 행태정보')을 일정 기간 수집해서 만든 행동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개인별로 최적화시킨 광고 방식이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이나 알고리즘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맞춤형 광고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맞춤형 광고를 위해서는 온라인 행태정보 등의 개인정보 수집이 반드시 선제적으로 필요하므로, 소비자의 개인정보 침해 또는 사생활 침해가 있다는 비판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최근 구글은 내년부터 쿠키(cookie, 특정 이용자가 방문한 웹사이트의 서버가 이용자의 컴퓨터에 저장하는 임시파일)를 통한 추적기술을 활용하는 개인별 맞춤형 광고를 중단하고, 대신 소비 취향이 비슷한 집단별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겠다고 기업 정책을 바꾸기도 하였다.

최근 입법예고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서는 맞춤형 광고를 소비자의 기호, 연령, 성별, 소비습관, 구매내역 등의 특징에 따라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의 검색결과를 제공하거나 재화 등을 추천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맞춤형 광고 등을 위한 정보이용시 고지의무를 강화하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맞춤형 광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맞춤형 광고와 일반광고를 구분할 수 없어 합리적 선택을 제약받게 되었다는 문제의식 아래, 맞춤형 광고 제공시 그 사실을 고지하도록 하고 소비자가 맞춤형 광고를 거부할 경우 일반광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입법취지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맞춤형 광고에 대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온라인 행태정보 보호에 관한 개략적인 규정을 두고 있었다. 우선 온라인 행태정보 중 쿠키와 같은 인터넷 접속정보파일에 대한 처리방침을 마련하도록 하고, 맞춤형 광고를 위하여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 행태정보 보호에 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2017년 '온라인 맞춤형 광고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위 가이드라인에서는 온라인 맞춤형 광고 사업자가 행태정보 처리시 준수해야 할 보호 원칙을 제시함과 동시에 개인정보 침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 방법까지 안내하고 있다.

이처럼 맞춤형 광고에 관한 기존 규율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또 다른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플랫폼공정화법 제정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플랫폼이용자보호법 제정안에 대해 입법 추진 중이다. 각 법률 간의 충돌·모순이 발생하거나 과도한 규제로 인하여 자칫 현재 광고시장과 마케팅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정보주체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아래 사업자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이 오히려 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내용 자체에도 문제점이 다수 발견된다. 우선,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서는 맞춤형 광고에 대한 정의를 해두고 있으나, 맞춤형 광고의 진정한 의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맞춤형 광고의 규제방식도 옵트인(Opt-in)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광고시장의 변화로 인하여 맞춤형 광고를 일반광고와 구분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온라인 광고시장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온라인 행태정보에 대하여 너무 과도한 규제가 가해진다면, 우리 기업의 입지와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자율규제 원칙 아래에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이익이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틀과 방식을 새롭게 정리할 때이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맞춤형 광고를 위해 수집되는 온라인 행태정보가 무엇인지, 정확한 의미가 제대로 정의내려진 바 없다. 따라서 맞춤형 광고에 대한 규제에 앞서 온라인 행태정보의 의미와 개인정보와의 관계 등에 대한 개념과 범위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법무법인 민후 구민정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1. 5. 6.)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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