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거대 중소기업의 부도덕한 행위로 IT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빌 게이츠가 주목해야 하는 기업이라고 극찬하고 금융권에서는 히든챔피언이라고 부풀려진 모뉴엘이 법정관리 신청을 한 것이다.
일단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한 부실채권 때문에 관련 IT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작년에도 거대 중소기업의 사실상 파산으로 인한 부실채권 양산으로 인하여 홍역을 앓았던 IT 업계가 금년에도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조족지혈에 불과하고, 정말 우려되는 큰 문제는 금융권의 기술금융 축소로 인한 중소기업의 투자자금 확보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모뉴엘은 수출 실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부상 수출 실적을 부풀렸고 이러한 허위 매출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관세청이나 금융기관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금융기관은 모뉴엘의 실적에 대하여 직접 실사를 하지 않았고 단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만 믿고 6728억원을 대출해 주었다.
모뉴엘의 부도덕성은 비판받아야 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하지만, 문제는 무고한 기술 기반 중소기업들에게 그 여파가 미친다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되는 기술금융 활성화로 인하여 자금대출에 숨통이 트인 중소기업들이, 모뉴엘 사태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모뉴엘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금융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금융권의 여신심사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술금융 축소로 인하여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희생양이 될까 걱정이 된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창의적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좋은 기술력 있는 기업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다. 창의성이 자금의 벽에 가로막힌다면, 그 책임은 우리 사회에 있는 것이다. 이번 모뉴엘 사태로 인하여 기술금융이 축소되지 않아야 할 것이며, 오히려 이를 여신심사 시스템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법률신문(2014. 11. 10.)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