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소비자들에게 회사 이미지를 보다 쉽게 각인시키기 위하여 자신만의 로고를 제작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업이 사용해오던 로고를 나중에 확인해보니 타인이 상표로 출원등록해버렸다면, 기업은 해당 로고를 계속 사용할 수 있을까? 이 경우 상표권자인 타인에게 상표사용을 금지하는 청구를 할 수 있을까?
먼저, 위 사안에서 로고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창작성, 나름대로 노력이 담겼다면 인정돼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는데(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여기서 말하는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2도44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기업이 제작한 로고의 경우, 해당 로고 도안의 색상·크기·형태 등의 시각적 요소에서 기업 나름대로의 표현방식이 나타나 있고, 이러한 표현에 기업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으며, 다른 저작자의 기존 작품과는 구별되는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이는 저작권법 제4조 제4호의 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사안에서의 쟁점은 기업의 미술저작권과 타인의 상표권 간의 충돌 문제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상표법 제92조 제1항이 상표가 등록되었더라도 상표사용이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발생한 타인의 저작권과 저촉되는 경우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해당 상표를 저촉되는 지정상품에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이 사건에서 기업은 (i) 타인이 상표를 출원등록하기 전 로고에 관한 저작권을 취득하였을 것, (ii) 타인의 상표권이 기업의 미술저작권에 저촉된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상표권자로 하여금 저작권에 저촉되는 지정상품에 대한 상표사용을 금하도록 할 수 있다.
로고 제작완료 시점 입증 증거 필요해
저작권은 저작한 때로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바(저작권법 제10조 제2항), 기업은 로고 제작을 완성한 즉시 그 저작권을 원시취득한다. 따라서 기업은 상표가 출원등록되기 전 로고의 제작을 완료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 그리고 상표사용이 저작권에 저촉된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미술저작물과 상표의 표장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 표장이 기업의 미술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의거성에 관하여 추가적으로 주장·입증이 필요하다.
대법원도 정상적으로 상표권 등록이 된 상표와 저작권이 충돌한 ‘팍스헤드 사건’에서 “저작물과 상표는 배타적·택일적인 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상표법상 상표를 구성할 수 있는 도형 등이라도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저작권법상의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고, 그것이 상품의 출처표시를 위하여 사용되고 있거나 사용될 수 있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여부가 달라진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함으로써(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다76829 판결), 상표법상 상표를 구성할 수 있는 도형 등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의 요건을 갖춘 경우, 저작권법상의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기업은 타인이 자신의 로고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다 하더라도, 해당 로고가 미술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창작성’ 요건을 갖추었고, 상표권보다 우선하여 발생하였으며, 저작권 침해와 관련하여 미술저작물과 등록상표의 표장 간의 실질적 유사성, 의거관계 등을 입증함으로써 자신의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 법무법인 민후 구민정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19. 6. 22.)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