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화폐 시장은 루나·테라 코인으로 떠들썩하다. 루나·테라 코인이 폭락하며, 투자자들은 위 코인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 등을 사기죄로 고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코인을 둘러싼 재산범죄 관련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기나 횡령, 배임과 같은 재산범죄의 경우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어 코인이 과연 재산범죄의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다툼이 존재해왔다.
일반적으로 코인은 현실에서 담보물이 되기도 하고, 변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등 재산적 가치를 가진 채 유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디지털 전자정보에 불과하고 일정한 발행기관이나 감독기관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므로 정의나 법적 성질이 아직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수원지방법원 역시 ‘가상화폐는 아직까지 명확한 개념정의는 없으며, 그 법정성격이 화폐, 유가증권, 상품, 금융투자상품 등 중에서 무엇에 해당하는지 여전히 논의 중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 가상화폐도 사기죄의 객체에 해당할까
그러나 최근 사기 및 배임죄에서 코인의 객체로서의 법적 성질을 판시한 대법원 판례가 나와 해당 부분에 대한 다툼은 한동안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되었던 상황은 다음과 같다. 피해회사는 ○코인을 개발하여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개최했다.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6,902BTC를 모집하였고, 모집된 BTC는 어느 한 명이 임의로 출금·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3명 중 2명이 동의해야 출금이 가능한 다중서명계좌로 이동시켜 보관하였다. 피해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피고인은 3인 다중서명계좌에 보관하고 있던 위 비트코인을 코인 관련 이벤트에 참가한 뒤 돌려주겠다고 속여 비트코인을 단독 명의 계좌로 이체받았고, 이에 사기죄로 기소되었다.
항소심에서 피의자는 '비트코인의 전송이 정보의 기록이나 변경에 불과하여 이를 그 자체로 재산상 이익의 이전이라고 볼 수도 없어 이 사건의 경우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사기죄의 객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상화폐를 실제 담보, 변제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타당한 판결로 보여진다.
◆ 가상화폐도 형법상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가상화폐는 여전히 재산범죄에 있어 법리가 확립되어 가는 중이고, 검토가 까다로워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아래 배임죄 판례는 가상자산을 위 사기죄 판례처럼 재산상 이익으로 보면서도,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면서도,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으며,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위 판례에서 가상자산이 형법상 재산상 이익으로 인정되면서도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은 기존 재산범죄 관련 판례들이 그대로 코인 사건에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렇기에 코인 관련 혐의들은 기존 판례들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고, 객체 해당성 외에 다른 구성요건 및 제반사정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 법무법인 민후 강다영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2. 6. 13.)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