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별하라!
아이디어와 표현. 어느 정도는 구분하실 수 있겠죠?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법적인 의미의 표절이 되기 위한 요건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발!
2단계 : 주관적 요건. “의거성”이 있는지를 따져라!
(B 작가가 B 작품을 창조할 때, A 작가의 A 작품을 참고한 사실이 있는가?)
의거성! B 작품의 작가가 A 작품을 참고한 사실이 있는지, 즉 A 작품에 의거한 사실이 있는지를 따지는 단계입니다.
이 의거성과 관련하여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요,
첫 번째 오해! 내가 A 작품의 존재조차 몰랐다 하더라도 사전조사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사전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유사한 B 작품이 탄생한 경우에는 표절에 해당한다.
두 번째 오해! 내가 예~~~전에 A 작품을 접하고서 까맣게 잊어버린 후 유사한 B 작품을 만들어낸 경우라도 나의 잠재의식 속에는 A 작품이 남아있었으므로 표절에 해당한다.
둘 다 답은 NO!!! 입니다. 특히 두 번째 오해의 경우 미국에서 유사한 판례가 있기는 하였지만, 이 경우는 A 작품이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서 5주 동안이나 1위를 차지하고 표절자 B 작가의 모국인 영국에서도 7주 동안이나 히트했던 워낙 유명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통상적인 사안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는 잠재의식에 의한 의거성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의거성이 인정될까요? 이는 자백이 없는 이상 확실한 증명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간접적인 정황을 통해 추정하곤 합니다. 예컨대 B 작가가 A 작품을 접할 상당한 기회가 있었고 실제로 아이디어나 표현의 유사성도 인정되는 경우(여기서의 유사성은 아이디어의 유사성도 포함합니다), 또는 똑같은 오타가 발생했다거나 번역물에서 번역오류가 토씨하나까지 똑같이 발생하여 베낀 경우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현저한 유사성이 발견되는 경우, 이런 경우에 의거성이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런 의거성의 추정은 와르르 깨질 수도 있는데요, 예컨대 A 작품과 유사한 제3의 C 작품이 있었고 B 작가는 그 C 작품을 참고한 것이라고 입증된 경우, A 작품이 연재소설인데 B 작품과 유사한 부분은 B 작가가 B 작품을 창작한 이후에 비로소 A 작품에 등장한 경우, B 작가가 B 작품을 A 작품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창작했다는 증거가 있을 경우, 바로 위와 같은 의거성의 추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별그대와 설희.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떤 경우에 속하는가요? 별그대의 작가가 설희라는 작품에 접근할 상당한 기회가 있었고 실제로 아이디어나 표현의 유사성도 인정되는 경우인가요?
설령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별그대의 작가는 설희가 아닌 다른 작품의 아이디어 또는 표현을 참고한 경우인가요? 또는 설희와 별그대의 유사한 부분이 별그대 창작 이후에 설희 연재에서 등장한 경우인가요? 또는 별그대의 작가가 별그대를 설희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창작했다는 증거가 있는 경우인가요?
역시 판단은, 논란의 세세한 내용까지 꿰뚫고 있는 여러분에게 맡기기로 하고, 저는 마지막 단계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최주선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3. 12. 25.)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