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쁜 현대사회'라는 말로는 부족한, 그야말로 아침과 저녁이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시시각각 쏟아내는 신기술을 따라가기에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트랜드를 쫓아가기에는 여력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코인시장과 주식시장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오징어게임'에 열광하는 것인지, '디즈니플러스'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눈여겨 봐야 하는지 시시각각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처럼, 빅테크 시대에 사는 우리는 흘러넘치는 정보 가운데 어느 것을 취사할지를 늘 고민해야 한다.
최근 유튜브 채널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인기순위를 차지하는 채널들은 이런 이용자의 고민을 줄여주는 채널인 경우가 많다. 2시간이 훌쩍 넘는 영화를 10분으로 요약해 보여주고, 유명 드라마의 10개의 에피소드를 넘나들며 편집된 화면과 줄거리 설명으로 이용자의 투입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 이런 편집자들의 편집물 덕분에, 이용자들은 해당 콘텐츠를 '정주행'할 것인지 '트랜드 따라가기'용으로 이용할 것인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아래에서는 우리가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편집저작물과 2차적저작물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저작물
편집저작물이란 원래 있던 저작물이나 부호, 문자, 음성, 음향, 영상, 그 밖의 자료 등 소재들을 묶어 놓은 것을 편집물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편집물 중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 또는 구성에 창작성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법원은 편집저작물과 관련하여, '편집물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으려면, 일정한 방침 혹은 목적을 가지고 소재를 수집·분류·선택하고 배열하여 편집물을 작성하는 행위에 창작성이 있어야 하는바, 그 창작성은 작품이 저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복제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는 것을 의미하므로, 반드시 작품의 수준이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창작성이 있다면 족한 것'이라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1다9359판결 참조).
나아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인터넷홈페이지의 편집저작물성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인터넷홈페이지도 그 구성형식,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에 있어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편집저작물에 해당하여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며 상품정보 등의 구성형식이나 배열, 서비스 메뉴의 구성 등을 편집저작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3. 8. 19. 2003카합1713결정 참조).
다시 말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인터넷 쇼핑몰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구성형식, 배열방식 등에 창작자의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는 편집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고, 타인의 이러한 편집저작물을 그대로 베끼는 행위는 저작권침해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주얼리 업체의 자체 쇼핑몰 상의 상품의 상세페이지, 해시태그 사용방법, 배열방식 등을 후발업체가 그대로 사용하는 등 저작권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여 분쟁이 된 사건에서 편집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있음을 전제로 저작자의 침해금지를 인용하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린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7. 21. 2019가합559694 결정 참조).
개인 창업자가 많아진 요즘,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드는 시장진입자에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들의 쇼핑몰은 으레 참고하기 좋은 교과서임은 분명하다. 때문에, 여러 업계에서 후발업자들이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기 위하여 타인의 홈페이지나 쇼핑몰을 그대로 베끼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법원의 판단에 따를 때, 제품을 설명하는 상세페이지의 구성형식, 배열방식 역시 창작성이 있는 경우 편집저작물에 해당하고, 타인의 편집저작물을 베끼는 행위는 저작권침해행위에 해당함은 물론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할 여지가 있다.
'리뷰 채널'은 저작권침해자인가, 또 다른 저작권자인가.
최근 영상업계에서는 새로운 홍보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의 유명 리뷰 채널을 이용하여 영화나 드라마가 개봉하기 전에 줄거리를 짧게 소개하고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방식이다. 3사 공중파 채널이 득세하던 시절, '출발 비디오 여행'과 같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역할을 각종 유튜브 채널들이 이어받은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유튜브 채널이 지금과 같은 주류 매체로 인정받기 전, 많은 리뷰 채널들은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등이 없이 영상물을 편집한 저작물을 자신의 독자적인 채널을 통하여 소개하고 줄거리와 반전 내용까지 공개하곤 했는데, 저작권자의 신고와 저작권에 관한 의식 제고 등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영상을 사용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어졌다.
오히려, 인기 리뷰 채널은 영화의 배급사 등으로부터 홍보를 부탁받아 영화가 개봉하기 전, 영상을 짧게 편집하고 줄거리를 소개하면서 새로운 홍보방식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튜브 채널을 이용한 홍보방식의 경우, 해외 이용자에게까지 발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과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기존의 홍보채널에 비하여 훨씬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점점 그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이다. 이용자로서도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실제로 영화를 볼 것인지에 관하여 손쉽게 결정할 수 있고, 영화를 다 보지 않더라도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통하여 줄거리와 결말을 알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저작물 역시 저작권법상의 2차적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차적저작물을 제작한 제작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무궁무진하고, 해당 저작물에는 제작자의 창작성이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2차적저작물의 경우, 원저작물의 저작권자의 허락이 성립 요건은 아니나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이용한 저작물의 저작권자는 원저작자의 원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침해에 관한 책임을 진다. 또한, 원작자의 이용허락이 없는 경우, 타인이 자신의 저작물을 침해하더라도 저작자는 원작자의 허락없이 이를 이용할 수 없어 저작자 자신의 손해발생 자체가 없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저작자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원저작자의 이용허락은 분명 필요할 것이다.
일본의 '패스트영화’
일본에서는 이러한 리뷰 영상에 관하여 '패스트영화'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패스트영화'로 인하여 저작권자와 '패스트영화'제작자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한 바 있다. 일본은 저작권·저작물에 대한 보호가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패스트영화'로 인하여 원저작물의 저작권이 침해되었음은 물론, 나아가 '패스트영화'가 아니었다면 창출하였을 수익이 감소함으로써 이로 인한 손해가 막대하다는 것이 쟁점이었다. 일본 검찰은 '패스트영화'제작자 3명을 기소하였는데, 일본 검찰 측은 모두 진술에서 피고인들이 '5작품으로 약 77만 엔의 광고 수입을 얻었다'라고 지적하면서, 피고인1에게는 징역2년·벌금200만 엔(¥), 피고인2,3에게는 징역1년 6월과 각각 벌금 100만 엔(¥), 50만 엔(¥)을 구형하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3명의 '패스트영화'제작자로 인한 손해는 총 2300만 엔(¥) 상당이다.
반면에, 일본의 출판업계는 이러한 요약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패스트영화'가 문제 되어 저작권자와 '패스트영화'제작자의 공방이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의 출판업계는 책의 내용을 10분 분량으로 요약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출판업계의 매출을 올리는 방식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틈새 시간을 활용해서, 화제의 도서 등을 10분 안에 읽을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Flier, 플라이어'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약 2600여 권 이상의 요약본을 게재하여 유료회원을 포함한 개인 회원 수가 누계 약 87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같이, 2차적저작물 등은 양면적인 면을 갖고 있는데,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하여 원저작물의 흥행을 이끌 수도 있지만, 원저작권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원저작권자의 이익이 감소하는 측면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결국, 공존공생의 관계를 도모할 것인지 불필요한 침입자로 규정하여 진입을 막을 것인지에 선택이 남게 된다.
원작자와 편집저작물·2차적저작물을 제작하는 제작자는 물론,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 모두에게 저작권 보호 의식의 제고와 함께 이 공생의 관계를 도모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숙제가 던져졌다.
* 법무법인 민후 박가람 변호사 작성, 한국저작권보호원 블로그(2021. 12. 2.)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