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도로에서 사이드 미러 없는 차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이드 미러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풀어 사이드 미러 대신에 카메라를 장착한 차량도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규제개선 결과의 산출물이라 할 수 있다.
규제는 어려운 개념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 풀면 간단하다. 법적으로는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행정규제기본법 제2조 제1호). 규제는 일단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그 대신에 안전이나 공정, 인권의 보호 등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영원한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규제는 시대상황에 맞추어야 한다. 규제개선이라는 것은 단순한 규제철폐가 아니라 규제의 현실화도 포함된다. 즉 현 시대에 맞는 규제로 변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이드 미러 장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 시장에 맞추어 카메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규제의 현실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규제개선은 비용을 드이지 않고 신산업을 발전시키는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다. 비용이 적게 드는 규제개선이 그 효과면에서는 한 산업을 키우기 위해 수조 원을 쏟아 붓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각 부처, 국무조정실 산하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규제개혁위원회 등을 통하여 규제개선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기업 등이 체감하는 규제개선 효과는 크지 않다.
한국경제신문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300개 기업의 기획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규제개혁의 주요 장애와 향후 과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개선되었다고 답변한 사람은 23%에 불과하다. 규제개선 작업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왜 이렇게 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첫째, 큰 규제나 핵심 규제는 손도 못대고 있다. 기업 등이 원하는 것은 큰 규제나 핵심 규제의 개선이나 철폐인데, 막상 이러한 큰 규제는 각 부처 또는 위원회의 조직이나 예산과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는 위원회의 존재 목적이 오직 규제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작은 규제, 예컨대 제출 기간의 단축, 서류의 간소화 등에 집중하고 있고 이러한 것도 건수로 세기 때문에 건수는 늘어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은 것이다.
둘째, 정부나 지자체는 규제를 없애가고 있는데 국회는 규제 법안을 늘려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정부나 지자체가 줄이는 규제건수보다 국회가 늘리는 규제건수가 많기 때문에 기업 등은 전혀 규제 개선에 대하여 체감을 못하게 되고, 어떤 경우는 늘어가는 규제건수 때문에 더 열악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 때문에 국회의원의 입법에 대하여도 규제영향분석평가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셋째, 현재 진행하고 있는 규제개선 작업은 일정한 철학이 없다. 왜 규제개선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동인도 없고, 규제개선에 대한 원칙도 없으며, 법령 변경으로 인하여 규제가 개선되었는지에 대한 검증 절차도 존재하지 않고, 단지 건수 위주로 세는 게 현재 규제개선의 실태이다. 규제개선은 국정철학과 맞물려야 하고 일정한 원칙이나 철학적 기반에 근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규제개선은 이런 부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규제개선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발견된다. 규제개선을 위한 규제개선보다는 국정철학을 달성하기 위한 규제개선, 즉 목표가 있는 규제개선이 아쉬울 따름이다.
넷째, 인권보호를 위한 입법이 규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만들면 이게 인권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규제가 된다. 인권보호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마냥 규제로 보고 철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은 이를 규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인권보호와 규제 사이에 혼선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 혼선에 대하여 명확하게 한계를 설정해 주거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이러한 바탕 작업이 없기 때문에 규제개선은 작업자의 주관성에 의존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방향성을 잃고 있는 것이다.
지금가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선 작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살펴보았다. 규제개선은 단순한 규제의 개선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입법과정이라 보아야 한다.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규제개선 작업은 비전문가에 의하여 너무 쉽게 접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이라도 규제개선의 개선의 선행되어야만 방향성 있고 실효성 있으며 국민이나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규제개선이 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법률신문(2016. 5. 9.), 리걸인사이트(2016. 5. 24.)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