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이자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근무한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등의 내용을 담은 기밀문서를 폭로하면서 전 세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 이후 통신상 비밀을 보장할 수 있는 SNS 등이 각광을 받았고, 대화에 대한 암호화 솔루션도 인기를 끌었다. 감청의 위험을 전세계 사람들이 공유한 것이다. 그 파장은 매우 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실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감청의 위험을 실감하는 사건이 생겼고, 그 결과 러시아 개발자가 만든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이 국내 애플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에서 카카오톡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를 두고 사이버망명(Cyber Asylum)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카카오톡 대신에 텔레그램을 처음 쓰기 시작한 사람들은 애널리스트와 펀드 매니저 같은 증권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금융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하여 국산 카카오톡 대신에 외산 텔레그램을 사용하였다.
이들이 텔레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이 SNS는 미국 국가안보국(NSA) 등의 정보 당국으로부터 감시를 당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걸면서 보안에 최우선을 두었고, 모토도 '개인정보를 보호받으며 이야기할 권리(talking back our right to privacy)'를 내세웠으며, 서버가 외국에 위치하고 있고, 전송된 모든 메시지를 암호화해 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은 암호화되지 않은 대화 내용을 수일 동안 보관하고 있다가 요청에 따라 제3자에게 제공하기도 하고, 법원이 발부한 감청영장에 따라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통째로 수집할 수도 있다.
텔레그램의 인기가 본격적인 사이버망명인지는 지켜볼 문제이지만, 우리가 확실히 인식해야 할 것은 무분별한 감청은 오히려 전체 국익에 반한다는 점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법률신문(2014. 10. 13.)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