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14416 판결
1. 권리소진이론
상표권자 또는 그의 동의를 얻은 자가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 한 경우에는 해당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참조).
1) 주체 : 상표권자 또는 그의 동의를 받은 자
2) 행위 : 상품의 양도
3) 효과 : 상표권의 소진
2. 통상사용권의 범위를 넘은 경우
지정상품, 존속기간, 지역 등 통상 사용권의 범위는 통상사용권계약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므로 이를 넘는 통상사용권자의 상표 사용행위는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
3.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한 경우
지정상품, 존속기간, 지역 등이 아닌 경우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을 양도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상표권자 의 동의를 받지 않은 양도행위로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고,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상표권의 소진 여부 및 상표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경우 권리소진이론이 적용되는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사례]
피해자 회사는 2010. 7. 1. 상표사용료를 받는 조건으로 공소외 2 회사에게 위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인 팔목시계 등 상품을 개발, 판매할 권한을 2015. 6. 30.까지 수여 하는 내용의 상표권사용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서에는 “공소외 2 회사는 피해자 회사와 합의된 고품격의 전문점과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여야 하며 할인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피해자 회사의 사전 동의를 득하여야 하며, 재래시장에서는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라는 판매장소 제한 약정이 기재되어 있다.
위 계약 종료를 앞둔 2015. 6. 30. 피해자 회사는 공소외 2 회사와 협의서를 작성하면서 공소외 2 회사가 2015. 12. 31.까지 잔여 재고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대신 그 기간의 상표사용료를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는데, 기존의 판매장소 외에 피해자 회사가 지정한 아울렛 매장, 인터넷 쇼핑몰 중 피해자 회사의 직영몰과 백화점 쇼핑몰 6곳에 서의 판매도 허용하되, 그 외의 곳에서 판매하는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하고 손해배상을 하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법원판단]
피고인이 판매한 시계는 상표권자인 피해자 회사의 허락을 받아 공소외 2 회사가 적법하게 상표를 부착하여 생산한 소위 진정상품으로서, 판매장소 제한약정을 위반하 여 피고인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유통시킨 것만으로는 상표의 출처표시 기능이나 품질보증 기능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상표권사용계약상 공소외 2 회사에게 시계 상품에 대한 제조․판매 권한이 부여되어 있고, 판매를 전면 금지한 재래시장과는 달리 할인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판매는 상표권자의 동의하에 가능하여 유통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지도 않았으며, 실제로 재고품 처리를 위한 협약서에는 피해자 회사의 직영 몰, 백화점 쇼핑몰 등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판매가 허용되기도 하였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인터넷 쇼핑몰이 판매가 허용된 다른 인터넷 쇼핑몰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된다는 것만으로 바로 피해자 회사 상표의 명성이나 그동안 피해자 회사가 구축한 상표권에 대한 이미지가 손상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해자 회사는 상표권사용계약에 따라 공소외 2 회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받기로 하였고, 공소외 2 회사는 피고인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상품을 공급한 것이므로, 상품이 판매됨으로써 상표권자에게 금전적 보상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상표권자가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반면, 거래를 통해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결국 공소외 2 회사가 피고인에게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해당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21. 1. 25.)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