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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권 침해 여부 판단의 핵심, 상표의 요부


최근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 롤렉스가 국내 한 브랜드를 상대로 상표 등록무효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다. 해당 브랜드의 상표는 왕관 밑에 다이아몬드 도형 모양을 추가한 도형 상표로, 롤렉스의 심볼인 왕관이 포함되어 있을 뿐 상표 자체가 롤렉스와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롤렉스는 어떻게 해당 브랜드의 상표를 무효화할 수 있었을까?

상표권 소송에서 상표의 동일·유사성을 판단하는 기준

상표 관련 분쟁에 있어 판단의 기본이 되는 것은 각 상표의 동일·유사성이다. 상표의 유사성 판단 기준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상표의 유사 여부는 두 상표를 놓고 외관, 호칭, 관념 등을 객관적, 전체적, 이격적으로 관철하여 거래상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상표에 대하여 느끼는 직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하여 그 상품의 출처에 대한 오인·혼동의 우려가 있는지에 의하여 판별해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후2697 판결).

동시에 대법원은 '상표 중 일반 수요자에게 그 상표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기억·연상을 하게 함으로써 그 부분만으로 독립하여 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는 부분, 즉 요부가 있는 경우 적절한 전체관찰의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 요부를 가지고 상표의 유사 여부를 대비·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인다(대법원 2018 선고 2017후2697 판결).

결국, 상표의 동일·유사성은 상표의 전체적인 외관이나 호칭, 관념을 두고 대비하여야 하되, 상표에 요부가 존재한다면 요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태도이다.

상표의 요부란?

그렇다면 상표의 요부란 무엇일까. 대법원 2004후1175 판결은 '상표의 구성 부분 중 특히 수요자의 주의를 끌고 그런 부분이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그 상표의 식별기능이 인정되는 부분 또는 그 상표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기억·연상을 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타 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는 부분 등과 같이 독립하여 자타 상품을 식별할 수 있는 구성 부분'을 상표의 요부라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2015후1690 판결 등 다수의 확립된 판례는 '상표의 구성 부분이 요부인지 여부'에 관하여 '(상표의 구성) 부분이 주지·저명하거나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인지, 전체 상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인지 등의 요소를 따져 보되, 여기에 다른 구성 부분과 비교한 상대적인 식별력 수준이나 그와의 결합상태와 정도, 지정상품과의 관계, 거래실정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이 확립된 판례의 기준에 따르면, 여러 구성 부분으로 분리될 수 있는 상표의 경우 각 부분 중 특히 수요자의 주의를 끌고 상표의 식별기능이 인정되며 상표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기억·연상을 할 뿐 아니라 주지·저명하거나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 상표의 요부가 된다.

구체적인 분쟁 사례

앞서 언급한 롤렉스의 상표 분쟁에서 법원은 상표의 요부를 왕관 모양의 도형으로 보아 롤렉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등록상표의 요부인 왕관 도형 부분과 선등록상표들의 요부 내지 그 자체인 원고의 왕관 표장이 외관에서 주는 지배적인 인상이 유사하고, 관념도 동일하여 양 표장은 동일․유사한 상품에 함께 사용할 경우 국내 수요자와 거래자들에게 상품 출처에 대한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분쟁에서, 법원은 인기 막걸리 제품 가운데 하나인 '지평' 막걸리 상표의 요부를 '지평'으로 보았고, 'e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 아파트의 경우 '파크힐스'가 상표의 요부가 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유명 한방병원 '자생한방병원'이 '자생초한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등록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은 각 상표의 요부가 '자생'이므로 '자생'’을 기준으로 대비하면 그 호칭과 관념이 동일하여 유사한 서비스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상표 전체가 같지 않더라도 상표의 요부가 동일·유사하면 애써 등록한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기존 상표와 유사의 소지가 있는 상표를 사용할 경우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 법무법인 민후 지현주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1. 6. 29.)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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