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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권에 대한 상속세 부과와 합리적 가치산정


앞으로는 상표권도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상표권도 재산적 가치가 있고 상속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그동안 통상 상표권에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 상표권도 상속세 부과대상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1월 故 앙드레 김의 아들 김 씨와 비서 임 씨는 故앙드레 김에게 물려받은 155억여 원의 재산에 대해 41억여원의 상속세를 냈지만, 과세당국은 상표권에 대한 상속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김씨는 과세당국을 상대로 '상속세 등 부과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 5부 재판부는 김씨에게 상표권에 대한 상속세 7억 5천여만 원을 납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상표권도 별개의 증여대상으로 봐야한다"며, "2007년~2009년 故앙드레 김이 운영하던 의상실의 수입 중 92%가 앙드레 김 상표권을 다른 제조업체에 대여해 받은 것"이기 때문에, "상표권을 앙드레김 의상실 영업권과는 별개의 독립된 재산권으로 보고 상속세 등을 부과하는 것은 적법하다"라고 판단했다.

한편 상표법 제64조는 "상표권자가 사망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상속인이 그 상표권의 이전등록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상표권자가 사망한 날부터 3년이 되는 날의 다음날에 상표권이 소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이전에는 특허청에 양도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양도세를 납부하면 상표권의 양도가 이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상표권은 과세 대상이 아니었고, 상속받은 상표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최근 지적재산권의 자산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재판부가 이를 일반적인 재산권과 동일하게 취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지적재산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유형재산만큼 무형의 지적재산의 가치가 상승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판결로 저작권,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사용한 재산 상속에 대한 세금 부과가 점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또한 과세당국과 상속 자녀들 간의 소송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적재산권이라는 무형의 자산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그 비용을 산정하는 기준이 여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지적재산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다.

기술금융이나 기술거래, 특허이전 등등 많은 논의가 있지만, 지적재산에 대한 거래가 유형재산만큼 활발하지 않고 담보설정 역시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지적재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故앙드레 김 사건은 해당 브랜드를 제3자에게 지속적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해주면서 받은 로열티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산정했다.

관련해서, 로얄티는 정액(Lump sum) 방식으로 산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경상 로얄티(Running Royalty) 방식으로 산정하는데, 주로 제품 당 산정하는 방식, 수익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식과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식 등이 있다. 수익 기준으로 산정할 때는 수익의 20~30% 정도를 로얄티로 정하고,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할 때는 1~15% 정도로 산정하곤 한다.

나아가 매출 기준의 로얄티는 자기실시를 하지 않고 독점적인 전용실시권을 주거나 또는 자기실시를 하면서 독점적인 전용실시권을 주는 경우는 각각 10~15%, 5~10%로 산정하고, 독점권이 없는 통상실시권을 부여하는 경우는 1~5% 정도로 산정하곤 한다.

25% 규칙에 따른 산정 방식도 많이 활용되는데, 25% 규칙(25% rule)에 따른 산정 방식이란, 미국에서 주장되고 있는, '특허된 제품의 제조자가 가상 협상에서 특허권자에게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실시료의 산정방법(rule of thumb)'으로 경험적인 어림값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서, 당해 제품의 수익률에 25%를 곱하여 로얄티를 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25% 규칙은 로열티율을 결정하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는 있으나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판례의 태도이다. 미국 Uniloc vs MS 사건(Uniloc USA, Inc. v. Microsoft Corp., 640 F. Supp. 2d 150 (D.R.I. Sept. 29. 2009.))의 재판부는 Uniloc사 측의 25% 로열티율에 근거한 특허침해손해배상액 인정을 배척한 바 있다.

시장접근식 로얄티 산정 방식은 유사 기술의 시장 가치를 따져서 당해 기술에 준용하는 방식인데, 만일 기준으로 삼을 유사 기술이 없다면 적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번 故앙드레 김 사건은 해당 브랜드를 제3자에게 지속적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해주면서 받은 로열티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산정했지만, 이는 상표의 가치를 산정하는 다양한 기준 중 하나가 되어야지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적재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한 가지 방법만을 따르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지양해야 하고, 실제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산정해서 그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타당한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지적재산의 가치 산정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추후 발생하게 될 많은 소송들이 좀 더 원활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지적재산 금융도 기하급수적으로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故앙드레 김 사건에서는 지적재산의 평가 방법에 따라 상속세가 달라질 수 있기에 이 부분도 쟁점이 되어야 할 것이며, 지적재산 평가에 대한 법원의 기준이 많이 쌓이는 것이 지적재산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디지털타임스(2014. 12. 9.), 블로그(2014. 12. 10.)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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