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를 등록해 놓고 처음부터 또는 후발적 이유에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분쟁이 많이 있다. 특히 외국에서 유명한 브랜드의 상표를 다수 등록해 놓고 상품을 전혀 생산하지 않으면서 같은 상표의 수입업자에 대하여 경고를 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최근에 늘고 있다.
이 경우 등록상표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조치가 바로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의 `불사용 취소심판`이다. 불사용 취소심판이란 상표권자ㆍ전용사용권자ㆍ통상사용권자가 3년 동안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그 상표등록을 취소시키는 절차로서 등록주의를 취하는 우리 상표법의 폐해를 시정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본다.
첫째, 등록상표의 불사용 취소심판이 가능하려면, 상표권자가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3년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서 3년이란 기간은 취소심판청구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취소심판청구 이후에 사용하더라도 이를 사용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제73조 제5항 참조). 3년이란 기간은 `계속`해서 3년이어야 하고, 만일 상표권이 이전되면 양도인과 양수인을 모두 합하여 3년 이상이면 취소가 가능하다(대법원?2000. 4. 25.?선고?97후3920?판결).
둘째, 상표권자가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사용이란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7호의 사용과 동일하므로, 상품과 관련하여 상표의 표시ㆍ전시ㆍ수출ㆍ수입ㆍ광고ㆍ반포 등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사용으로 본다. 상품과 관련한 상표의 사용이어야 하므로 상품과 관련이 없는 소송에서의 상표권 행사(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1후188 판결)나 등록상표의 제작에 필요한 인쇄를 의뢰하고 용기제작에 필요한 금형의 제작을 의뢰하여 납품받은 사실이 있는 것만으로는 사용으로 보지 않는다(대법원 1982. 2. 23. 선고 80후70 판결).
문제되는 경우를 살펴보면, ① 국내에서의 사용이어야 하므로 국내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외국에서만 사용된 경우는 본조의 사용으로 보지 않으며, ② 주문자상표 부착방식(OEM)의 수출의 경우는 본조의 사용에 해당하고(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후740 판결), ③ 상품유통이 예정된 상황에서 하는 상표의 선전이나 광고는 본조의 사용에 해당하나 단순한 등록상표 준비행위는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0. 7. 10. 선고 89후1240, 89후1257 판결).
④ 도메인 사용의 경우에 이를 본조의 사용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우리나라 대법원은 장수온돌 사건에서 상표권자가 한글인터넷주소를 등록하고 이 도메인 주소와 연결되는 웹사이트에서 전기침대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하는 쇼핑몰을 운영하였다면 이는 상표적 사용이라고 판시한 바 있는바(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다51577 판결), 상표의 사용으로 볼 수 있다.
⑤ 상표의 사용은 `정당`한 사용이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 상표를 사용할 의사 없이 등록취소를 면하기 위한 사용에 불과한 경우에는 상표의 사용으로 보지 않는다.
셋째, 상표권자가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므로 유사한 상표라도 등록상표와 차이가 있다면 이를 사용으로 볼 수 없다. 더불어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등록상표를 사용하여야 하므로, 지정상품이 아닌 유사상품에 등록상표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등록상표의 사용으로 보지 않는다.
넷째, `상표권자`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상표권자란 등록상표권자, 전용사용권자, 통상사용권자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설정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통상사용권자가 상표를 사용하였더라도 등록취소가 되지 않는다.
다섯째, 상표권자의 등록상표 불사용이 있더라도 그 불사용에 관하여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취소가 되지 않는다. 상표불사용에 대한 `정당한 이유`라 함은 질병 기타 천재 등의 불가항력에 의하여 영업을 할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법률에 의한 규제, 판매금지, 또는 국가의 수입제한조치 등에 의하여 부득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이 국내에서 일반적ㆍ정상적으로 거래될 수 없는 경우와 같이 상표권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지 아니한 상표 불사용의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1후188 판결).
예컨대 외국으로 이주한 상표권자로부터 상표권을 양도받아 그 등록명의변경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많은 시일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그 상표를 지정상품에 사용하지 아니한 것은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85. 4. 9. 선고 85후1 판결).
마지막으로 절차적인 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취소심판청구는 `이해관계인`만이 청구할 수 있다(제73조 제6항). 여기서 이해관계인이란 취소되어야 할 등록상표의 존속으로 인하여 상표권자로부터 상표권의 대항을 받아 그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써 피해를 받을 염려가 있거나 법률상 자신의 지위에 영향을 받을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그 등록상표의 소멸에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말하고,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심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후3291 판결). 따라서 지정상품과 동종 상품에 관하여 실제로 영업을 하지 않은 사람이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은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한편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이 2 이상 있는 경우에는 일부 지정상품에 관하여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바(제73조 제3항), 상표권자가 등록상표를 취소심판청구에 관계되는 지정상품 중 1 이상에 대하여 그 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에 국내에서 정당하게 사용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는 한 상표권자는 취소심판청구와 관계되는 지정상품에 관한 상표등록의 취소를 면할 수 없다(제73조 제4항).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디지털타임스(2014. 3. 31.)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