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금융감독기구 FINMA(Financial Market Supervisory Authority)는 2017년 9월 29일 ICO 가이던스 발표에 이어 2018년 2월 16일 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그 내용을 중심으로 스위스의 ICO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FINMA는 2017. 9. 29. 가이던스를 통해, 원칙적으로 ICO에 대한 규제 법령은 존재하지는 않지만, ICO의 근본 목적과 특징 때문에, 현행 금융시장 법령 등이 서비스의 구조에 따라 적용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토큰이 지불 수단으로 발행될 때는 '자금세탁방지법'이 적용될 수 있고, ICO 운영자가 참가자에 대한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예금 수령과 같은 경우에는 '은행법'이 적용될 수 있다. 유가증권으로 발행된 토큰인 경우에는 '증권법'이 적용될 수 있으며, ICO의 일부로 모집된 자산을 외부에서 관리하는 경우에는 '집합투자기구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FINMA는 ICO의 여러 사례를 평가하고 있는데, 금융시장 규정을 위반하거나 회피한 경우에는 법집행 절차가 개시될 수 있지만, 금융시장 규정 외의 ICO에 대하여는 법적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7. 9. 29. 가이던스는 2018. 2. 16. 가이드라인에 의하여 좀더 구체화되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FINMA는 금융시장 규제 시각으로만 ICO를 규율하지만, ICO 참여자들은 민법이나 세법 등과 같은 다른 의무사항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둘째, FINMA는 토큰을 그 근본적 경제적 기능에 근거해 분류했는데, 지불형 토큰(payment tokens), 유틸리티형 토큰(utility tokens), 자산형 토큰(asset tokens)으로 나눌 수 있다.
지불형 토큰은 암호화폐와 동의어로서, 재화나 서비스를 얻는 지불수단 또는 자금·가치의 이전수단으로서 사용하고자 의도된 토큰을 의미하고, 가상화폐는 발행인에게 아무런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유틸리티형 토큰은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를 통해 응용프로그램이나 서비스에 대한 디지털 방식에 의한 접근을 제공하고자 의도된 토큰을 의미한다.
자산형 토큰은 채권 또는 지분 등과 같이 자산 또는 자산에 대한 권리를 표상하는 토큰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산형 토큰은 미래의 회사수입이나 자금흐름에 대한 몫을 약속하는 데 쓰일 수 있고, 이러한 경제적 기능은 주식, 채권, 파생상품과 유사하다. 물리적 자산을 블록체인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한 토큰은 자산형 토큰에 해당한다.
이러한 분류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기 때문에, 자산형 토큰이 지불형 토큰으로도 사용될 수 있고 이러한 토큰을 하이브리드 토큰으로 칭할 수 있다.
셋째, 토큰의 발행 시기에 따라, 투자 당시 이미 토큰이 발행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pre-existing blockchain), 반면 프리파이낸싱(pre-financing)은 투자가 이루어진 후 향후 토큰을 발행받는 경우를 의미하고, 프리세일(pre-sale)은 투자자들이 향후 다른 종류의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는 토큰을 받는 경우를 의미한다.
넷째, 3가지 유형의 토큰에 대한 '증권법' 적용에 대해 밝히고 있는데, 지불형 토큰(또는 암호화폐)에 대하여 FINMA는 증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유틸리티형 토큰은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이나 연결 기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증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투자 목적을 추가적으로 가지게 된다면 증권으로 취급된다.
자산형 토큰은 증권으로 취급한다. 프리파이낸싱이나 프리세일 단계에서 참여자가 장래 토큰을 취득할 권리를 부여받는 경우, FINMA는 이러한 권리가 표준화되어 있고 대량표준거래에 적합하다면, 프리파이낸싱이나 프리세일 단계에서의 장래 토큰을 취득할 권리를 증권으로 취급한다.
다섯째, FINMA는 각 토큰 유형에 대한 규제 법령에 대하여 밝히고 있는데, 위 네번째의 설명에서 증권으로 취급되는 토큰이 있다면, 그 토큰은 '증권법'의 규제를 받는다.
통상 토큰의 발행으로 ICO 운영자의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에 ICO 투자는 예금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은행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운영자에게 자본과 수익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무가 발생하는 ICO의 경우에는, 이는 예금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은행 설립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모집된 ICO의 자금이 제3자에 의하여 관리될 때는 '집합투자기구법'의 적용될 수 있으며, 지불형 토큰은 '자금세탁방지법'이 적용될 수 있으나 비금융영역에서의 블록체인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부여하는 유틸리티형 토큰은 '자금세탁방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상 스위스 FINMA의 ICO 규제 프레임워크를 정리하였다. FINMA는 ICO의 경제적 기능에 따라 규제를 세분화하였고, ICO에 대한 별도의 새로운 규제 입법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금융시장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바, 이 점에서 일응 미국의 SEC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FINMA의 ICO 규제 프레임워크는 우리나라 ICO 규제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IT조선(2018. 3. 6.)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