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trade mark)라는 것은 자기 상품 등을 다른 사람의 상품과 식별(distinctive)하는 ‘표장’을 의미하는데, ‘표장’의 범위에 대해 최근에 눈에 띄는 대법원 판결이 있어 소개할까 한다.
세 줄의 선 즉 삼선(三線) 줄무늬로 유명한 독일의 아디다스(adidas)사는 이 삼선 줄무늬를 운동화, 자켓, 팬츠, 셔츠에 부착해 판매한다. 아디다스는 이 상품들에 대해 특허청에 상표출원을 신청했으나, 위 4가지 중 유독 삼선셔츠에 대해만은 상표등록이 거절돼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된 사건이다.
그 과정을 좀 더 살펴보면, 2007년 6월 12일, 아디다스 회사는 삼선운동화(출원번호 20070031446), 삼선자켓(출원번호 20070031447), 삼선팬츠(출원번호 200731448), 삼선셔츠(출원번호 200731449)에 대해 특허청에 상표출원 했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운동화·자켓·팬츠·셔츠 형상이 점선으로 돼 있고, 삼선 줄무늬만이 실선으로 돼 있는바, 아디다스 회사는 삼선 줄무늬에 대해만 식별력 및 독점권을 주장했다.
출원 이후 심사 결과, 운동화, 자켓, 팬츠, 셔츠는 모두 특허청에 의해 등록거절결정이 나왔다. 이에 아디다스 회사는 특허심판원에 불복심판(순서대로 2008원11596, 2008원11597, 2008원11598, 2008원11599)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운동화, 자켓, 팬츠에 대해는 거절결정을 취소해 상표등록이 가능하게 됐으나, 유독 셔츠에 관해는 거절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아디다스 회사는 셔츠에 대한 특허심판원의 결정에 대해 특허법원(2010허364)에 불복했으나 패소하고,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특허청이 운동화, 자켓, 팬츠, 셔츠에 대해 등록거절결정을 내린 이유는, “위 상표는 지정상품인 운동화, 자켓, 팬츠, 셔츠의 형상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것 일뿐이며, 출원 전 사용의 결과로 일반 수요자간에 누구의 상표인지를 인식할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의 기술적 표장 또는 제7호의 기타 식별력 없는 표장에 해당하고, 제6조 제2항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에 실패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이 운동화, 자켓, 팬츠에 대해 등록을 가능하게 한 이유는, “삼선 줄무늬는 40년 동안 장기간에 걸쳐 운동화, 자켓, 팬츠에 사용됨으로써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로 해금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될 정도로 알려져 있는바,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이는 상표법 제6조 제2항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유독 셔츠에 대해는 특허청의 등록거절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는데, 그 이유는 “이 사건 출원상표 3선 줄무늬가 표시된 셔츠를 운동화, 자켓, 팬츠와 비교해 볼 때 사용된 광고 및 실적 등에 비추어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미흡하다”라는 것이었다. 셔츠는 운동화, 자켓, 팬츠와는 달리 제6조 제2항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허법원은 이러한 취지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2012. 12. 20. 선고 2010후2339)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치상표 즉 “기호·문자·도형 각각 또는 그 결합이 일정한 형상이나 모양을 이루고, 이러한 일정한 형상이나 모양이 지정상품의 특정 위치에 부착되는 것에 의해 자타상품을 식별하게 되는 표장”의 개념을 인정하면서, “위치상표는 비록 일정한 형상이나 모양 등이 그 자체로는 식별력을 가지지 아니하더라도 지정상품의 특정 위치에 부착돼 사용됨으로써 당해 상품에 대한 거래자 및 수요자 대다수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면,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한 것으로 인정받아 상표로서 등록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삼선셔츠의 경우, “이 사건 출원상표는 위 세 개의 굵은 선이 지정상품의 옆구리에서 허리까지의 위치에 부착되는 것에 의해 자타상품을 식별하게 되는 위치상표이고, 위 일점쇄선 부분은 이 사건 출원상표의 표장 자체의 외형을 이루는 도형이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면서 특허법원의 판결을 파기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은 종래 위치상표의 개념을 부정한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후168 판결, 대법원 2004. 7. 8. 선고 2003후1970 판결, 대법원 2004. 7. 8. 선고 2003후1987 판결을 변경한 것이다.
이 사건의 쟁점인 위치상표란, 특정한 상품에 변함없이 나타나거나 고정되는 동일한 위치와 비율 등에 특징지어지는 상표를 말한다. 예컨대 청바지 뒷주머니의 바느질 위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위치상표에 대해는 2006년 WIPO의 상표법상설위원회(WCT)에서 논의를 시작한 이후, 2008년 12월에는 위치뿐만 아니라 입체, 색채, 홀로그램, 동작, 소리, 냄새 등의 비전형상표의 특정방법에 대해 합의를 보았다.
우리나라 역시 점진적으로 입체상표, 색채상표, 홀로그램상표, 동작상표, 소리상표, 냄새상표 등의 비전형상표를 도입했지만 이 사건의 쟁점인 위치상표에 대해는 별다른 논의를 하지 못하다가, 이 사건 대법원 판결로서 전격적으로 긍정되게 된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3. 1. 11.), 디지털데일리(2013. 1. 22.)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