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료법상 허용되는 원격의료의 범위
의료법상 허용되는 원격의료는 '의료지식이나 기술의 지원'에 한정된다. 원격의료라고 하면 원격적으로 진찰하고 처방하면 치료하는 행위로 생각할 수 있으나 현행 의료법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34조(원격의료) ①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만 해당한다)은 제33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ㆍ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이하 “원격의료”라 한다)를 할 수 있다.
②원격의료를 행하거나 받으려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③원격의료를 하는 자(이하 “원격지의사”라 한다)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
④원격지의사의 원격의료에 따라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이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이하 “현지의사”라 한다)인 경우에는 그 의료행위에 대하여 원격지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으면 환자에 대한 책임은 제3항에도 불구하고 현지의사에게 있는 것으로 본다.
원격지의사는 대면의사와 동일한 책임을 지고, 그 의료행위에 대하여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으면 책임은 현지의사에게 있는 것으로 본다.
2.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의료법 제17조, 제17조의2
의료법 제34조 외의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조문은 의료법 제17조 및 제17조의2이다. 의료법 제17조 및 제17조의2에 의하면,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나 처방전을 발급하지 못하게 있고 이에 위반하여 형사처벌하고 있다.
제17조(진단서 등) ①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檢案)한 의사[이하 이 항에서는 검안서에 한하여 검시(檢屍)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를 포함한다],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ㆍ검안서ㆍ증명서를 작성하여 환자(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직계존속ㆍ비속, 배우자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말하며, 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로서 환자의 직계존속ㆍ비속,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를 말한다) 또는 「형사소송법」 제222조제1항에 따라 검시(檢屍)를 하는 지방검찰청검사(검안서에 한한다)에게 교부하지 못한다. 다만, 진료 중이던 환자가 최종 진료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경우에는 다시 진료하지 아니하더라도 진단서나 증명서를 내줄 수 있으며, 환자 또는 사망자를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부득이한 사유로 진단서ㆍ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내줄 수 없으면 같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환자의 진료기록부 등에 따라 내줄 수 있다.
②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조산한 의사ㆍ한의사 또는 조산사가 아니면 출생ㆍ사망 또는 사산 증명서를 내주지 못한다. 다만, 직접 조산한 의사ㆍ한의사 또는 조산사가 부득이한 사유로 증명서를 내줄 수 없으면 같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의사ㆍ한의사 또는 조산사가 진료기록부 등에 따라 증명서를 내줄 수 있다.
③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자신이 진찰하거나 검안한 자에 대한 진단서ㆍ검안서 또는 증명서 교부를 요구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④의사ㆍ한의사 또는 조산사는 자신이 조산(助産)한 것에 대한 출생ㆍ사망 또는 사산 증명서 교부를 요구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⑤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진단서, 증명서의 서식ㆍ기재사항,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제17조의2(처방전) ①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의사나 치과의사가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한 처방전(이하 “전자처방전”이라 한다)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전자처방전에 한정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하지 못하며,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에게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누구든지 그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작성한 처방전을 수령하지 못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해당 환자 및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직계존속ㆍ비속,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또는 「노인복지법」 제34조에 따른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하 이 조에서 “대리수령자”라 한다)에게 처방전을 교부하거나 발송할 수 있으며 대리수령자는 환자를 대리하여 그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다.
1.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2.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한 상병(傷病)에 대하여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
③ 처방전의 발급 방법ㆍ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위 조문에 대하여 우리 판례는 아래와 같이 판시하고 있는바, 직접진찰의 의미를 스스로의 진찰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전화통화로 이루어진 경우도 반드시 17조 1항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4도9607 판결
구 의료법(2016. 5. 29. 법률 제142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7조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직접’이란 ‘스스로’를 의미하므로 전화 통화 등을 이용하여 비대면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의사가 스스로 진찰을 하였다면 직접 진찰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있다.
한편 ‘진찰’이란 환자의 용태를 듣고 관찰하여 병상 및 병명을 규명하고 판단하는 것으로서, 진단방법으로는 문진, 시진, 청진, 타진, 촉진 기타 각종의 과학적 방법을 써서 검사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러한 진찰의 개념 및 진찰이 치료에 선행하는 행위인 점, 진단서와 처방전 등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고자 하는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목적 등을 고려하면, 현대 의학 측면에서 보아 신뢰할 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진찰’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행위가 전화 통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하여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위 사안에서 피고인은 2011. 2. 8.경 전화 통화만으로 공소외인에게 플루틴캡슐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 피고인은 위 전화 통화 이전에 공소외인을 대면하여 진찰한 적이 단 한번도 없고, 전화 통화 당시 공소외인의 특성 등에 대해 알고 있지도 않았던 사실을 인정하여, 결국 의료법위반으로 처벌하였다.
*의사 등이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직접 진찰하여야 할 환자를 진찰하지 않은 채 그 환자를 대상자로 표시하여 진단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교부하였다면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본 사안으로는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도12608 판결
*환자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무인(虛無人)인 경우에도 제17조 제1항 위반이라는 사안으로는 대법원 2021. 2. 4. 선고 2020도13899 판결
* 위 조항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므로, 전화 진찰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시로는 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두50014 판결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21. 2. 23.)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