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업문화에서 정보의 위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정보를 수년 동안 모아 관리하고 그 정보를 활용하여 새로운 전략을 짜고 실행하면서 기업은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후발주자들은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고 모으는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부득이(?) 남의 정보를 끌어다 쓰는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이 때 남의 정보를 끌어다 쓰는 방법으로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바로 크롤링이다. 크롤링이란 봇을 활용하여 타인의 사이트나 앱상의 정보를 자신의 서버 영역으로 끌어다 파싱 등의 처리를 하여 사용하는 기법을 말한다.
크롤링에 대한 분쟁은 그 동안 많이 있었고, 특히 경쟁업체 사이에 이러한 현상이 끊이지 않았다.
1) 리그베다위키 vs 엔하위키미러
리그베다위키의 DB를 통째로 끌어다 와서 서비스를 제공했던 엔하위키미러 사건이 위키 계에서는 유명한 사건이다. 당시 집단지성 형태로 DB가 형성되었던 리그베다위키의 DB가 과연 리그베다위키의 것인지 아니면 글을 올린 게시자의 것인지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법원은 리그베다위키의 DB권을 인정하여 엔하위키미러에게 사용금지와 손해배상을 명령하였다.
2) 잡코리아 vs 사람인
사람인이 잡코리아의 채용정보를 무단으로 긁어가서 자신의 사이트에 올린 사건이다. 이 경우에도 과연 채용정보의 누구의 것인지 등이 문제되었는데, 채용정보를 올린 사람은 채용정보에 대한 권리가 있는 것이지만, 크롤링 사안은 개별 채용정보에 대하여 다투는 것은 아니고 전체 DB나 일부 DB에 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혼동해서는 아니된다. 이 사안 역시 DB권을 법원이 인정하였다.
3) 야놀자 vs 여기어때
여기어때가 야놀자의 숙박정보를 봇을 통해서 긁어간 사안이다. 이 사안은 형사고소를 통해서 전개가 되었는데, 크롤링의 경우 정보통신망침해,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저작권법위반 등이 성립할 수 있음을 법원이 밝힌 사안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 사안에서 여기어때는 야놀자의 '바로예약'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소스를 패킷캡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야놀자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이용자들만을 상대로 접속을 허용하고 있는 모바일앱용 프런트엔드 API 서버의 모듈, 해당 서버의 URL 주소 및 API 서버로 정보를 호출하는 명령구문들을 알아낸 다음에, 그 명령구문을 변경해서 호출하여 필요한 정보를 알아낸 사안이다.
이상 크롤링 사건으로서 가장 유명한 3가지 사안을 살펴보았다. 지금도 크롤링으로 고통을 겪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법적인 조치를 통해서 문제점을 해결해도 되는 영역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 동안 법원은 크롤링에 대하여 엄격한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참고로 위 3가지 사안 모두 필자가 수행했던 사안들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20. 5. 7.)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