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에서는 법인의 이사에 대해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이 없으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나 이사가 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397조 제1항). 이를 보통 이사의 경업금지의무라고 부르는데, 위 문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경업금지의무는 거래금지의무(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의 금지)와 겸직금지의무(다른 회사의 이사 등이 되는 것 금지)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거래금지의무와 겸직금지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고, 어디까지의 범위가 포함되는 것일까. 본 글에서는 이 2가지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보고, 만약 이사가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어떠한 법적 조치가 가능한지, 특히 주주들이 이 위반 사실을 알았을 경우 주주들은 그 이사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거래금지의무의 내용을 살펴보자. 상법에서 금지하는 거래는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하는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이다.
여기서 1)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거래금지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실질적이고 현실적이다. 예컨대 법인등기부나 정관, 사업자등록증 등에 회사의 사업목적 내지 업종 등으로 기재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회사가 영리활동으로서 실행하고 있는 영업이면 모두 그 ‘회사의 영업부류’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법원 판례 중에서는,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이더라도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경우에는 경업금지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본 판례도 있다. 정리하면,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하는지 여부는 문서와 실질 중 실질을 기준으로 하여 폭넓게 인정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회사에 피해를 끼칠 수 없는 상황인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거래금지의무 위반은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결국 거래금지의무 위반 여부는 실질적ㆍ현실적으로 회사에 대한 배신행위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하는 거래에는, ‘이사 본인의 계산으로 하는 거래’, ‘이사가 제3자의 명의를 빌려서 하는 거래’, ‘이사가 제3자의 위탁을 받아서 하는 거래’, ‘이사가 제3자의 대리인으로서 하는 거래’, ‘이사가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여 하는 거래’ 등이 모두 포함된다. 사실상 이사가 회사 몰래 진행하는 모든 형식의 거래가 거의 다 포함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겸직금지의무의 내용을 살펴보자. 상법에서는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이사 등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동종영업’은 위 거래금지의무에서의 ‘회사의 영업부류’와 동일한 기준으로 판별된다. 따라서 그 회사가 영리활동으로서 실행하고 있는 영업이면 모두 동종영업에 해당된다.
만약 이사가 이러한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하면 어떤 법적 조치가 가능할까. 이 경우 회사는 그 이사를 해임할 수 있고,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으며, 거래금지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개입권을 행사하여 그 거래 자체를 회사의 것으로 가져오거나(이사 본인의 계산으로 한 경우) 그 이사가 얻은 이득의 양도를 청구할 수 있다(제3자의 계산으로 한 경우).
문제는, 회사가 이러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이다. 예컨대 대표이사 본인이 거래금지의무나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회사의 거래처 등을 자신이 1인 주주인 다른 법인 등으로 빼돌리는 경우에는 속수무책으로 회사에 손해가 누적될 수 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주주들이 직접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사해임, 손해배상청구, 개입권행사 이 3가지를 중심으로 주주들이 어떤 절차를 밟아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한번 살펴보자.
1) 먼저, 이사해임은 이사해임의 소로 할 수 있다. 이사는 본래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해임할 수 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특별결의 요건을 갖출 수 없다면 이사해임의 소로써 문제된 이사를 해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상법 제385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사가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그 해임을 부결한 때에는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총회의 결의가 있은 날부터 1월 내에 그 이사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업금지의무 위반은 명백한 법령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3%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는 이 이사해임의 소를 통해 직접 해임을 청구할 수 있다.
2) 다음으로 손해배상청구는, 대표소송의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원래는 회사가 상법 제399조에 따라 직접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회사가 이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상법 제403조의 대표소송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만 가지고 있어도 할 수 있으며, 먼저 주주가 회사에 대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서면으로 청구했다가 회사가 이를 받은지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때에 주주가 직접 회사를 위한 소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3) 마지막으로 개입권행사는, 본래 회사가 이사회 결의로써 하는 것이나, 회사가 이를 하지 않을 경우 소수주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개입권행사를 위한 소송은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이므로 이 역시 위 손해배상청구와 마찬가지로 상법 제403조의 대표소송 제도를 활용하여 진행하면 될 것이다.
4) 위와 같이 이사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여러 방식의 제재 방안이 존재하며, 이러한 민사적인 조치 외에도 상법 제622조 제1항의 특별배임죄로 고소 또는 고발하는 방법도 있으므로, 민사소송이 어렵다면 이러한 방법을 취해보는 것도 좋은 압박수단이 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최주선 변호사, 디지털데일리(2017. 8. 17.)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