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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자동차의 입법동향


시작하면서

자율주행자동차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고 운전자의 개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는 앞으로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지만, 각국은 테스트 운행을 넘어서는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에 대비한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예컨대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작년 말 공공도로에서의 운행을 고려한 법률안을 제정하였고, 영국은 2017년 여름까지 상용화에 대비한 법률안을 만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기고에서는 각 나라의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입법 동향을 살펴보고, 이를 통하여 우리나라 입법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동화 레벨(Automation Level)

자율주행자동차의 자동화 레벨에 대하여 아직 규범화된 것은 없지만, 3가지 기준이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2010년 독일의 BASt(Federal Highway Research Institute)은 자동화 레벨에 대한 선도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인간이 수동적으로 운전을 하는 Driver Only 단계, 특정 자동 시스템에 의하여 운전을 지원받는 Driver Assistance 단계, 자동 시스템이 운전을 하지만 운전자 역시 같이 지속적으로 주의를 해야 하는 Partial Automation 단계, 자동 시스템이 운전을 하되 자동 시스템의 운전 요청의 경우에만 운전자가 일정 시간 조종을 하는 High Automation 단계, 자동 시스템이 완전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운전을 하는 Full Automation 단계의 총 5단계로 구별하였다.

2013년 5월 30일 미국의 DOT(Department of Transportation) 소속 NHTSA(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은 5단계 자동화 레벨을 제안하였는데, 운전자만이 온전하게 차량을 조종하는 No-Automation 단계(Level 0), 특정 자동화 기능이 독립적으로 자동화된 Function-specific Automation 단계(Level 1), 특정 자동화 기능이 결합되어 자동화된 Combined Function Automation 단계(Level 2), 자동 시스템이 운전을 담당하고 특정 상황에만 운전자에게 조종을 넘기는 Limited Self-Driving Automation 단계(Level 3), 오로지 자동 시스템이 조종을 하는 Full Self-Driving Automation 단계(Level 4)로 구별하였다. NHTSA의 5단계 제안은 미국-EU-일본이 참여하는 3자 협의에서 사용되고 있다.

2014년 1월 16일 항공우주, 자동차 및 상용차 업계에서 종사하는 128,000명 이상의 엔지니어와 관련 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글로벌 협회인 SAE International의 자율주행자동차 표준 위원회(On-Road Automated Vehicle Standards Committee)는 6단계 자동화 레벨을 제안하였는데, 아래 표와 같은 no automation 단계(Level 0), driver assistance 단계(Level 1), partial automation 단계(Level 2), conditional automation 단계(Level 3), high automation 단계(Level 4), full automation 단계(Level 5)로 구별하였다. SAE의 6단계 제안은 EU에서 추진되는 AdaptIVe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BASt와 NHTSA의 레벨은 SAE의 레벨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국제협약 및 UNECE

교통에 관한 국제적인 협약은 1949년의 제네바 협약(Geneva Convention of Road Traffic)과 1968년의 비엔나 협약(Vienna Convention on Road Traffic)이 존재하는데, 전자의 경우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문제점은 없지만 후자의 경우 모든 운전자는 차량을 항상 모든 환경에서 제어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8조 제5항과 제13조 제1항이 문제되었다.

자동화 정도가 Partial Automation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Partial Automation을 초과하는 경우 운전자의 제어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비엔나 협약 위반이 되었고, 따라서 이러한 비엔나 협약이 자율주행자동차의 기술혁신에 저해가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EU 자동차협회, Response 3 등의 프로젝트에서 그 개선을 주장하였고, 독일, 이태리,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 문제를 정식으로 UNECE(United Nations Economic Commission for Europe)에 수정을 건의한 결과 2014년 3월 UNECE Working Party on Road Traffic Safety(WP 1)는 비엔나 협약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비엔나 협약의 개정 결과, 운전자에 의하여 자동시스템이 대체되거나 기능이 정지될 수 있다면, adaptive cruise control와 같은 ADAS(advanced driver assisting system)은 허용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Partial Automation 초과의 시스템에 대하여는 고려가 없다.

UNECE에는 WP 1외에 자동차의 입법에 대한 또 다른 작업반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World Forum for harmonization of vehicle regulations(WP 29)이다. World Forum은 차량에 대한 전세계 규범 표준을 연구하는 작업반으로서 특히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장치에 대한 국제적 규범 표준에 대하여 검토하고 있다.

미국

미국의 경우, 연방과 주에서 동시에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입법을 시도하고 있는데 대체로 주 위주로 입법이 진행되고 있고 연방의 NHTSA는 포괄적인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있는 수준이다.

NHTSA는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하여 몇 번의 공식적인 발표를 하였는데, 대표적으로 2013. 5. 30.의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정책예비선언과 2016. 1. 14.의 정책가이던스가 있다.

NHTSA는 공식적인 발표를 통하여 이미 살펴본 5단계의 자동화 단계를 제안하였고, 더불어 각 주가 고려해야 할 입법사항에 대하여도 언급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NHTSA는 테스트 운행을 제외한 공동도로 운행에 대하여 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더불어 테스트 운행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최소화, 운행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기록 확보 등에 대하여 권고하였다.

관련하여 구글은 2015년 11월 12일, NHTSA에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에는 운전자가 필요없다고 하면서 운전자 없는 차량이 연방의 차량안전규정(FMVSS)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는데, 이에 대하여 폴 헤머스바우(Paul Hemmersbaugh) NHTSA 최고 자문관은 2016년 2월 10일 인간이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운전을 하는 그 무언가를 운전자로 규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를 운전하는 인공지능이 운전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서 전통적인 운전자 개념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NHTSA는 2016년 상반기에 위 입장을 포함하여 Level 4 차량에 대한 안전 운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NHTSA의 2013년도 정책예비선언에서의 입장은 많이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주의 경우, 상당수의 주가 공공 도로에서의 테스트 운행 규정을 만드는 작업을 마쳤다. 예컨대 2011년 네바다 주를 시작으로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DC, 미시간, 노스다코다, 테네시, 유타 주는 공공 도로에서의 테스트 운행에 대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서 허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에서 선택하고 있는 테스트 운행의 요건을 정리하면, 운전자는 도로에서 운행할 때 운전석에 있어야 하며 비상 상황에서는 수동적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하고, 운전자는 특별한 면허 승인을 받아야 하며, 자율주행자동차는 특별한 번호판을 부여받아야 한다. 더불어 충분한 시험운행 결과가 있어야 하고, 사고기록이나 운행기록을 보존하여야 하며, 차량제조업체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가입이 의무화되었다.

한편 자율주행자동차 제조업체인 구글은 핸들을 장착하지 않는 자율주행자동차를 선보였지만 캘리포니아주는 2015년 12월 16일 입법초안을 통하여 오히려 모든 자율주행자동차는 핸들과 페달을 장착해야 한다는 규제 초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미 살펴본대로 구글은 NHTSA에 질의서를 보냈고, NHTSA는 구글에게 유리한 답변을 하였다.

이후 캘리포니아주는 2016년 1월 6일 수정입법을 통하여 특정 지역에서 테스트 운행을 하고 차량의 속도가 시속 35마일이 넘지 않는다면 핸들, 페달을 구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제를 완화하였다.

테스트 운행 외에 공공도로에서의 운행에 대하여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지만 실제 입법은 활발하지 않았다. 예컨대 네바다 주의 경우 테스트 운행차의 번호판은 빨간색, 실제 운행차의 번호판은 녹색으로 지정해 두었지만 실제 공공도로에서의 운행에 대한 규정은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12월 16일 캘리포니아주는 실제 공공도로에서의 운행을 고려한 입법초안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 입법초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테스트 차량의 개인소유를 금지하고 오직 리스 등의 형태로 제한하였는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이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이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차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제조업체와 제3자 기관의 검증을 요구하였고, 면허받은 사람만이 운행이 가능하며, 사이버 공격을 감지ㆍ경고하는 기능을 갖추어야 하고,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며, 승용차에 한하여 공공도로에서의 운행이 가능하다고 규정하였다.

한편 자동차제조업체로 구성된 협회 등은 2014년 11월 자율주행자동차 등에서 처리되는 개인정보에 대한 자율규제(Consumer Privacy Protection Principles for Vehicle Technologies and Services)를 제정하여 발표한 바 있다.

EU

EU의 경우 우선적으로 각 회원국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통일적인 법률 프레임워크가 설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입법 결과물은 미국보다는 느리게 나타나고 있으나, 통일적인 법률 프레임워크를 설정하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예컨대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많은 수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대표적으로 2014년 1월부터 시작된 AdaptIVe 프로젝트는 2016년말까지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법적 측면을 포함하여 검토할 예정이고, CityMobil2 프로젝트는 공공 차량에 대한 자율주행에 대하여 검토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DOT(Department for Transport)는 2015년 2월 자율주행자동차 입법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하였고, 그에 따라 테스트 운행을 위한 CoP(Code of Practice)를 곧이어 발표하였다. 그 주요내용은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가 존재하고 그 운전자가 차량의 안전한 차량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면 공공 도로에서의 테스트 운행은 합법이라는 것이었다. 더불어 영국은 2017년 여름까지 충돌시 민ㆍ형사 책임명확화, 안전증진 등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에 대비한 입법 개선을 마칠 계획이다.

독일의 경우, 3 영역에서 자율주행에 대하여 추진하고 있는데, 3가지 영역이란 법적 프레임워크(Legal framework), 기술적 프레임워크 및 인프라(Technical framework / Infrastructure), 연구(Research)이다.

독일은 연방교통장관에 의하여 자율주행에 대한 회의체를 구성하여 운영 중인데, 이 회의체에서는 자동화 레벨에 대한 합의, 고도화된 자율주행에 대한 프레임워크 개발 로드맵 완성, 위 3 영역에서의 업무의 정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8월 1일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테스트 운행을 위하여 자동차관리법 일부 내용이 개정되었고 더불어 2016년 2월 11일 테스트 운행에 필요한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운행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었다.

외견상으로 보면 외국에 비하여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축적된 입법 관련 문헌을 살펴보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보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본격적인 입법은 사고시 책임의 분배, 제조물 책임, 하자에 대한 책임, 형사처벌, 프라이비시 보호, 해킹사고에 대한 처벌 등에 대한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인데, 아직까지는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입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전 세계 각국의 대체적인 흐름은 법적 연구에 대한 투자 및 이를 통한 조속한 입법의 형성으로 보인다. 법률은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에 대한 필수적인 인프라이기 때문이며 사회적 합의의 전제 없이는 암만 훌륭한 기술이라도 사회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6. 7. 1.)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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