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9:20 출근 후 식사, 9:20~9:40 커피 마시며 잡담, 9:40~10:20 뉴스검색…'
한 사내 근로자가 회사 사장으로부터 받은 엑셀파일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다. 태만하게 일한다는 경고를 받은 것이다. 알고 보니 지문인식시스템, 사내 CCTV와 PC내의 감시프로그램을 통하여 회사 사장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업 때문에 외근을 하는 근로자들도 회사가 나눠준 스마트폰을 통하여 위치정보가 GPS 등으로 회사 서버에 실시간 전송되어 분석된다.
'사내 불륜 32커플, 같은 부서 불륜 5커플…'
한 회사 보안팀이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임원진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회사 PC에서 보내고 받은 이메일과 메신저 대화 내용은 첨부파일까지 포함되어 회사서버에 저장되어 있고, 일정 시간마다 근로자 PC 모니터의 스크린, 인터넷 접속기록이 자동전송되는 장치를 도입한 기업도 있다. 어떤 회사는 직원 책상 바로 위에 녹음이 가능한 CCTV를 설치하여 대화 및 통화내용까지 감시하고 있다.
상상이 아니라 피해자나 회사 보안팀원으로부터 직접 들은 현실이다. 직원감시 기능을 하는 첨단장비나 보안솔루션은 직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비밀리에 도입되어 설치된다고 한다. 근로자는 하루 일과 중 3분의2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지만, 회사에만 출근하면 프라이버시는 증발해 버리고, 회사는 근로자에 대한 너무나 많은 사적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일부 첨단장비나 보안솔루션은 실정법을 어기는 것도 있다.
정보보호·시설보호라는 원래 의도가 '사람 감시'로 왜곡되어 가고 있다. 정보나 시설을 감시하여야 하는 회사 장비는 근로자 감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IT 기술 발전의 어두운 단면이자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증발해 버린 근로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하루빨리 찾아회사의 권리와 근로자의 권리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법률신문(2013. 9. 9.)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