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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부작용이 예외없이 수반되는 경우에 한해 고지의무가 있는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만든 제품이라도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제품 생산자는 부작용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하는 지, 통상적으로는 발생하지 않지만 특별한 경우에 간혹 발생하는 부작용까지 전부 표시나 고지를 해야 하는지 등의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다룬 대법원 판례(2023. 5. 18. 선고 2022다230677 판결)가 있어 소개한다.

     

사실관계를 요약하면, A는 오존이 발생하는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제조·판매하는 자로, 오존의 살균력으로 농산물 숙성지연 및 살균 효과가 있다고 광고해 B에게 판매했고, B는 수확한 사과를 플라즈마 발생장치가 설치된 창고에 보관했다. 그런데 플라즈마 발생장치에서 발생하는 오존이 주된 원인이 돼 창고에 보관 중인 사과에서 갈변 및 함몰 현상이 발생, 그로 인해 B는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A가 제조·판매하는 플라즈마 발생장치의 사용설명서에는 '작동 시 비릿한 냄새의 원인은 오존이며, 이는 인체에 무해한 농도로 조정되어 발생된다' 등 표시만 있었지, 오존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직접적 표시가 존재하지 않았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B는 A가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원심(대구지방법원 2022. 4. 13. 선고 2021나310031 판결)은 오존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상식에 속하는 사항이고, 제품의 부작용은 십중팔구, 거의 예외 없이 수반한다면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다는 전제 하에, A의 고지의무를 부정했다.

     

원심이 A의 고지의무를 엄격하게 해석한 이유는, '상대방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내용 또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 한해 고지의무가 있고, '상대방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경우'에는 아예 고지의무 자체가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는데,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제조·판매하는 A가 사용설명서에 '이 사건 장치에서 발생하는 오존의 농도가 높아지면 보관하는 농작물에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오존의 부작용을 표시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나아가 오존의 부작용을 표시하였다면 B가 사과의 상태를 보다 주의 깊게 관찰하는 등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다고 보아, 이를 해태한 A의 고지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정리하면, 원심은 오존의 부작용은 널리 알려진 상식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고지의무가 없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오존의 부작용을 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았고, 원심은 제품의 부작용은 십중팔구, 거의 예외 없이 수반한다면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다고 보면서 고지가 있었다면 계약 체결을 하지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지 않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표시나 고지가 있었다면 제품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위 대법원 판시 내용을 모든 재산권에 관한 거래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제품에 대해서는 고지의무를 확대했다고 볼 수 있는 바, 제품 부작용에 대한 '합리적' 고지의무를 부과해 소비자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전자신문(2023. 10. 3.)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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