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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그림대작 항소심 무죄? 공동저작물?


조영남 그림대작 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의 선고가 있었다. 결과는 무죄.

대작한 그림을 판매한 것이 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하여 인터넷은 들끓고 있다. 네티즌의 상식으로는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이다.

이 판결에 대하여 저작권법적으로 분석을 해 보고자 한다. 죄명은 사기이지만 본질은 저작권 문제이고 저작권 소송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저작물은 기여자의 수 등에 따라 단독저작물, 공동저작물, 결합저작물로 구분한다. 단독저작물은 1인의 창작자에 의하여 저작물이 완성된 경우이고, 2인 이상의 창작자가 저작물에 기여하였다면 공동저작물 또는 결합저작물에 해당한다.

양자의 구별은 기여도를 분리해서 이용할 수 없다면 공동저작물, 분리해서 이용할 수 있다면 결합저작물에 해당한다.

통상 만화, 웹툰, 그림 등의 경우는 공동 저작물로 분류하고, 가사와 악곡이 있는 음원, 뮤지컬, 연극 등은 결합 저작물로 분류한다. {공동저작물이건 결합저작물이건 상관 없이 기여한 모든 창작자가 저작자이라는 점을 다툼이 없다}

위 기준에 의하여 분류하자면 그림은 통상적으로 공동저작물에 해당한다.

따라서 조영남의 그림이 공동 저작물이라면, 당연히 이 그림을 판매하고자 하는 경우 기여한 저작자를 모두 공개해야 하고, 만일 공동 저작물임에도 불구하고 조영남의 단독 저작물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거래관행상 기망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구매자가 조영남의 인지도 등을 고려해서 작품을 구매하였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공동 저작물이 단독 저작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이제는 법원의 판단 근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미술작품은 화투를 소재로 했는데 이는 조영남의 고유 아이디어이고 조수 송모씨는 조영남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보조일 뿐이라고 판시하였다.

반면 1심 재판부는 작품의 아이디어나 소재의 독창성 못지 않게 아이디어를 외부로 표출하는 창작 표현 작업도 회화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면서 송모씨를 단순한 조수가 아닌 독자적 작가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와 1심 재판부는 송모씨의 지위를 달리 보았다. 이 부분은 공동저작물인지 아니면 단독저작물인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항소심 재판부는 조영남의 단독저작물로 이해한 반면, 1심 재판부는 조영남과 송모씨의 공동저작물로 이해한 것이다.

기본서에 있는 내용을 옮기면, A가 B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수족처럼 사용하여 저작물을 완성시킨 경우라면 B는 저작자는 아니고 단지 보조에 불과하다. (A의 단독저작물)

예컨대 소설가가 구술하면 이를 옆에 앉아 적는 정도이면 이 때는 수족처럼 사용한 것으로 본다.

한편 일본 판례에 따르면, 과학잡지에 게재할 목적으로 동물의 생태를 묘사한 원화를 그린 사람이 비록 출판사의 세부적인 지시에 의하여 사실적으로 그렸다 하더라도, 창조적인 정신적 노력으로 원화를 그린 사람은 저작자에 해당한다.

결국 조영남이 송모씨를 수족처럼 사용했는지 여부가 관건인데, 수족처럼 사용했다는 것은 옆에서 이렇게 그려라, 저렇게 그려라, 이 색을 써라, 이렇게 터치를 해라 등등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도이면 그 때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언론에서 접할 수 있는 사실관계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조영남이 송모씨의 옆에서 하나하나 붓질이나 색을 지시한 것은 아니라 보이는바, 만일 그렇다면, 송모씨 역시 저작자로 보고, 그림은 공동저작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개인적으로는 1심의 판단이 더 법리에 부합된다고 생각된다.

한편 조영남 측에서는 송모씨가 단지 도움을 줄려고 했을뿐 본인이 작품의 공동저작자가 될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는데,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에 따르면, 송모씨가 공동저작자가 될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공동저작자 또는 공동저작물을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2. 항소심 재판부는 미술사적으로도 도제 교육의 일환으로 조수를 두고 그 과정에서 제작을 보조하게 하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보조자를 사용한 제작 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하는 이상 이를 범죄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기존의 관행이 모든 것을 합리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관행이 형법 위에 있다는 논리는 참으로 궁색한 논리라 생각된다.

도제 교육의 개념도 모호하다. 옆에 앉아 이건 이렇게 그려라, 저렇게 하는 게 좋다 등의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교육을 도제 교육이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잘 그려봐, 집에 가서 내일까지 그려와 등의 지시를 한 경우를 도제 교육이라 하는 것인지의 개념도 설정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3. 항소심 재판부는 구매자들의 주관적 동기를 고려하건대 대작이냐 친작이냐 여부는 구매 결정에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한 마디로 구체적인 기망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림은 저작물이고 저작물의 본질은 누가 저작자이냐는 것이다. 똑같은 그림이라도 똑같은 사진이라도 누가 그렸고 누가 찍었느냐에 따라 시장가격은 천지차이가 나는 게 보통이다.

같은 논리로, 공동저작물이냐 단독저작물이냐의 문제는 저작물에서 본질적인 요소이고, 거래 관행상으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설사, 단독 저작물이라 하더라도, 작품을 만들 때 보조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판매자의 고지 의무가 있는지는 별개로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일단 항소심 판결이 나온 이상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보아야 하겠지만, 공동저작물이냐 단독저작물이냐 문제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이상 기존 저작권 법리에 부합하는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8. 8. 17.)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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