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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은 못하는데 서명을 급하게 해야하는 경우, 서명대리가 가능할까


스타트업은 계약의 연속이고, 서명이 일상이다. 그러나 급하게 서명을 해야할 일이 생겼는데, 자리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경우, 타인에 의한 서명대리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계약의 종류 및 적법한 위임을 받았는지 여부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 서명대리가 가능할까?

근저당권설정계약의 경우, 대리인이 계약의 당사자(본인)를 대리하여 서명한다는 사실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적법한 대리권에 기하여 대리권 범위 안에서 본인 명의로 대리행위가 행하여졌다면 서명대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A와 B가 같이 동업을 하기 시작하였고, A가 부동산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는데 B에게 그에 관한 대리권을 주었다면, B와 은행 사이에서 그 부동산에 관하여 피담보채무를 동업관계의 채무로 특정하지도 않고, 대리관계를 표시하지 아니한 채 B가 마치 A 본인인 양 행세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경우 대법원 “갑이 부동산을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담보로 제공함에 있어 동업자인 을에게 그에 관한 대리권을 주었다면 을이 동 중앙회와의 사이에 그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그 피담보채무를 동업관계의 채무로 특정하지 아니하고 또 대리관계를 표시함이 없이 마치 자신이 갑 본인인 양 행세하였다 하더라도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은 대리인인 위 을이 그의 권한범위안에서 한 것인 이상 그 효력은 본인인 갑에게 미친다(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1411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즉, 대리관계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리인이 적법하게 위임받은 대리 권한 범위 안에서 대리행위를 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서명대리는 적법하고, 근저당권설정계약의 효력은 당사자인 A에게 미친다.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의 경우, 서명대리가 가능할까?

그러나 언제나 서명대리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상법 제731조 제1항에 의하면 다른 사람(피보험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다른 사람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다만, 위 타인의 서면에는 전자서명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전자서명이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본인 확인 및 위조·변조 방지에 대한 신뢰성을 갖춘 전자문서를 포함한다).

한 예로,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 서명란에 피보험자 A가 직접 서명하지 않고, 보험계약자 B의 딸인 C가 A 대신 서명하였고, C가 A로부터 서면동의를 할 권한을 받은 적이 없다면 해당 보험계약은 무효이다.

구체적으로 판례는 위 상황에 대해 “상법 제731조 제1항이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의 체결 시 타인의 서면동의를 얻도록 규정한 것은 동의의 시기와 방식을 명확히 함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애려는 데 취지가 있으므로, 피보험자인 타인의 동의는 각 보험계약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서면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고 포괄적인 동의 또는 묵시적이거나 추정적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중략) 타인의 생명 보험계약 성립 당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다면 보험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고, 피보험자가 이미 무효로 된 보험계약을 추인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이 유효로 될 수는 없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다204178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결국, 법규 및 계약의 성질 등 상황에 따라 서명대리가 가능한지 여부가 달라지며, 서명대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 뒤 계약 체결에 나아갈 필요가 있다.

* 법무법인 민후 강다영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2. 3. 28.)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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