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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납기지연 됐다면?


최소한 하루에 한번 이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확진자가 발생하였다는 문자를 받는 느낌이다. 각계각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할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기업들도 불가피하게 계약의 이행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위험에 처했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2월 24일자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지침에 의하면, 기업은 사업장 내 감염유입 및 확산 방지 조치를 이행해야 하므로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사업장을 폐쇄하거나 근로자의 휴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납기를 정해 진행되는 용역계약(소프트웨어 공급, 건설 공사 등)의 이행을 주된 업무로 하는 기업은 향후 큰 피해가 예상된다. 용역계약의 경우 대부분 납기 위반에 따른 지체상금 약정이 체결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체상금이란 도급인과 수급인이 도급계약(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수급인이 약정한 납기까지 일을 완성하지 못했을 경우 지체일수에 따라 수급인이 도급인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도급계약에서 정한 지체상금의 법적성질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보고 있는바(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15940,15957 판결), 지체상금 약정이 있는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이 납기를 위반했다는 채무불이행 사실만을 입증해 지체상금 약정에 따른 손해액의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반면 수급인은 납기 위반에 대해 귀책사유가 없음을 주장, 입증함으로써 예정배상액의 지급책임을 면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6다9408 판결).

이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것은 2020년 2월 28일자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상황을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제17조에 따른 ‘전염병 등 불가항력의 사태로 인해 계약이행이 현저히 어려운 경우’로 유권해석 했다. 현재와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사정으로 사업장을 폐쇄하거나 근로자가 결근하는 사태가 발생해 용역계약의 이행이 지체되는 경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향후 수급인에게 귀책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인간의 다양한 용역계약에서 위 유권해석의 법적 강제력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급인이 용역계약의 납기가 도래하고 나서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용역계약의 이행이 지체된 것이므로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도급인이 이러한 주장을 너그러이 인정해줄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아직 납기가 다가오지 않았으나 사업장의 폐쇄 및 확진 근로자의 결근 등으로 용역계약의 납기를 도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사업장의 폐쇄 내지 휴업 등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근거자료를 철저히 확보해둬야 한다. 나아가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얻어 용역계약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예상되는 지체상금의 면제를 요청하는 등의 기존 계약을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시기지만, 기업으로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잦아든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리걸리스크를 미리 관리해야하는 골든타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 법무법인 민후 이연구 변호사 작성, 이데일리(2020. 3. 8.)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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