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가상자산(virtual assets)과 가상자산 사업자(virtual assets service providers) 정의 규정을 신설했던 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19년 6월 가상자산이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등으로 오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기준(INR. 15)을 제정했다. 각국에는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맞춰 국회 정무위원회는 올해 11월 21일 김병욱 의원안을 기준으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제 특금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식적으로 법률로 인정된다. 최초의 가상자산 제도화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의미가 남다르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1. 입법취지
위에서 언급한 FATF 국제기준을 준수하기 위함이다. 구체적으로 가상자산 사업자에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의 효율적 방지를 위한 의무를 부과했다.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와 금융거래를 수행할 때 준수할 사항을 규정한다.
2. 가상자산의 정의
암호화폐, 가상화폐, 가상통화 등 여러가지로 불리던 용어가 이제는 가상자산으로 통일된다. 가상자산이란 FATF 버츄얼 에셋(virtual assets)을 한글화한 것이다. FATF가 그 자산성이나 가치성을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이란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가치의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로 정의했다. FATF 권고에 따라 교환성이 없는 전자적 증표, 게임의 아이템,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 등은 적용에서 제외했다.
이러한 정의 시도는 특금법 적용대상을 정하다 보니 불가피한 현상이라 보인다. 하지만 가상자산이 게임 아이템 또는 전자지급수단 등으로 활용되는 경우에 개념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보인다.
3. 가상자산사업자 범위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가상자산취급업자로 돼 있다. 다만 부정적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가상자산사업자(VASPs)로 변경됐다. 가상자산사업자 범위는 FATF 권고에도 정의돼 있고, 개정안은 이를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가상자산사업자를 ‘가상자산의 매도 매수 행위, 가상자산과의 교환 행위, 가상자산의 이전 행위, 가상자산의 보관 관리 행위, 매도 매수의 중개 알선 대행 행위, 교환의 중개 알선 대행 행위,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한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로 정의했다.
그 범위가 매우 넓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앞으로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영업은 대부분 특금법에 적용된다. 따라서 특금법이 정한 의무를 준수해야 하므로 영세사업자에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4.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의무
가상자산 사업자는 금융정보분석원(FIU) 또는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이기 때문에 얼핏 보면 큰 부담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김병국 의원안에 따르면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ISMS)을 획득하지 못하거나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통해 금융거래 등을 하지 않는 자, 범죄수익은닉법상 벌금형 이상 전과가 있는 경우 등은 신고가 수리되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단순한 신고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만 위 ISMS 인증요건이나 실명확인계좌 요건은 정무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6개월 유예 또는 시행령을 통한 완화 등의 조치가 있었다.
5. 가상자산사업자의 AML/CFT 의무
가산자산사업자는 특금법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금융회사 등'으로서 특금법이 정한 AML/CFT(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불법재산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는 FIU에 보고해야 한다. 1000만원 이상 고액 현금거래 등도 역시다. 고객 확인의무(CDD, EDD)도 준수해야 한다. 더불어 고객별 거래내역을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사업자가 금융회사와 거래하려면, FIU에 신고를 마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 예치금과 가상자산사업자 고유재산을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 ISMS 인증도 마쳐야 한다.
AML/CFT 의무와 관련해 가상자산사업자에 부수적으로 부여된 의무는 가상자산사업자의 무분별한 운영으로 인한 선의 피해자 발생을 방지하는데도 간접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입법을 원했다. 하지만 여러 사유로 모든 입법 시도는 좌절됐다. 비록 FATF 압력에 의한 가상자산 첫 입법이지만, 혼탁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나아가 가상자산사업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9. 11. 23.), IT조선(2019. 12. 2.)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