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념
특허권소진(patent exhaustion)이란, 정당한 권리자 즉 특허권자 또는 특허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은 실시권자가 특허권이 구현된 제품을 시장에 유통한 경우에는, 특허권자등이 당해 특허제품에 대하여 더 이상 특허권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2. 법적 근거
저작권법 제20조, 반도체집적회로의 배치설계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항, 식물신품종보호법 제58조에는 권리소진 이론이 규정되어 있으나, 특허법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다. 그럼에도 특허권 소진이 적용됨은 다툼이 없다.
그 이유는, 만일 특허권 소진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특허권자등이 물건을 판매한 후 다시 특허권을 주장하여 이중의 이득을 보거나 또는 특허제품이 이전할 때마다 특허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특허제품의 자유로운 유통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3. 물건발명
특허권의 소진은 물건 즉 제품에 적용된다. 관련해서 특허권자가 일정한 조건을 제한하여 실시권을 부여했을 때 실시권자가 이 조건을 어기고 판매한 경우, 실시권자로부터 특허제품을 양수받은 제3자는 특허권의 소진을 주장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하여 미국 대법원은 판매권한이 있는 자로부터 구매하였다면 그 특허제품에 대하여 시간 또는 장소에 제약이 없는 절대적인 재산권을 보유한다고 판시하여, 특허권의 소진을 인정한다.
또 다른 예로서, 특허권이 구현된 부품을 적법하게 구매한 자가 완성품을 만들면서 그 부품과 제3자로부터 구매한 부품을 함께 조립한 경우, 당해 부품이 다른 부품과 조립되는 것 외에 합리적인 사용방법이 없다면 완성품에 대하여 특허권의 소진을 주장할 수 있다.
4. 방법발명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89903 판결
‘물건의 발명’(이하 ‘물건발명’이라고 한다)에 대한 특허권자 또는 특허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은 실시권자(이하 ‘특허권자 등’이라고 한다)가 우리나라에서 그 특허발명이 구현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하면, 양도된 당해 물건에 대해서는 특허권이 이미 목적을 달성하여 소진된다. 따라서 양수인이나 전득자(이하 ‘양수인 등’이라고 한다)가 그 물건을 사용, 양도하는 등의 행위에 대하여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우리나라에서 그 특허방법에 의하여 생산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을 포함한 ‘방법의 발명’(이하 통틀어 ‘방법발명’이라고 한다)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우리나라에서 그 특허방법의 사용에 쓰이는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로서 그 물건이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면, 방법발명의 특허권은 이미 목적을 달성하여 소진되었으므로, 양수인 등이 그 물건을 이용하여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행위에 대하여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이 사건 각 용접기가 방법발명인 이 사건 특허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에 해당하고, 피고 회사가 적법하게 이 사건 각 용접기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이 사건 각 용접기에 대해서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권이 소진되었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
5. 국제소진
미국 연방대법원 Lexmark 사건 (2017. 5. 30. Impression Products, Inc v. Lexmark International, Inc. 사건)
특허권자가 특허제품 구매자의 구매 이후 행위에 대하여 제한을 두더라도, 이는 계약위반은 될 지언정, 특허권 소진에는 영향이 없다. (특허소진이 획일적이고 자동적이다)
특허권자가 특허제품을 판매하면 그 시점에 특허제품에 관한 미국의 특허권은 소진하며, 이는 특허제품이 판매된 장소가 미국 또는 해외이건 마찬가지이다. (국제소진 인정함)
6. 권리범위확인심판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후289 판결
특허권의 적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은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를 기초로 하여 심판청구인이 확인대상발명에 대하여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가를 확인하는 권리확정을 목적으로 한 것이므로, 설령 확인대상발명의 실시와 관련된 특정한 물건과의 관계에서 특허권이 소진되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은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항변으로 주장함은 별론으로 하고 확인대상발명이 특허권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20. 11. 18.)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