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들여 발명한 기술을 잠시 다른 사람에게 자랑했는데 그 사람이 나 몰래 먼저 출원한 경우 또는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였는데 개발자 중 홀로 몰래 출원한 경우는 실무에서 매우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특허도둑 또는 특허절도를 법적으로는 ‘모인출원(또는 무권리자의 특허출원)’이라고 한다. 이번 달에는 특허도둑 즉 모인출원자로부터 내 권리를 찾아올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Ⅰ. 서설
발명이 성립한 후 발명자 등은 특허의 출원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원칙적으로 발명을 한 사람 즉 발명자에게 귀속된다(특허법 제33조 제1항). 그러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이전이 가능한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발명자로부터 양수받은 사람 즉 승계인 역시 특허를 출원할 수 있다(같은 항). 이 점은 우리나라 특허법이 미국 특허법과 다른 점으로서, 선발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특허법에 의하면 발명자만이 특허를 출원할 수 있고, 일단 발명자가 특허를 출원하여야만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 어쨌든 우리 특허법에 의하면 발명자 또는 그 승계인만이 특허를 출원할 수 있는바, 그 이외의 자가 특허를 출원하는 경우를 모인출원 또는 무권리자에 의한 출원이라 한다.
특허법은 모인출원이 있는 경우, 선출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서 정당한 권리자를 보호하고 있다(제36조 제5항). 구체적인 구제책으로는 3가지가 있는데, 정당한 권리자를 甲, 모인출원자를 乙로 가정하고 살펴보자. 첫째, 출원 과정 중에 무권리자 乙의 출원이 모인출원임이 밝혀지면 심사관은 등록을 거부할 수있으 며, 이 경우 진정한 권리자 甲의 출원은 모인출원자 乙의 출원시로 소급하여 보아준다(제34조 본문). 다만 모인출원에 대한 등록거절이 확정된 날로부터 30일까지 정당한 권리자 甲의 출원이 있어야 한다(제34조 단서). 둘째, 설령 심사관이 모인출원임을 간과하여 무권리자 乙의 출원이 거부되지 않고 설정등록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무효이므로 진정한 권리자 甲 등은 등록무효심판청구를 통하여 무권리자 乙의 등록특 허를 무효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무권리자 乙의 모인출원 이후에 출원한 정당한 권리자는 모인출 원시에 출원한 것으로 소급하여 보아준다(제35조 본문). 다만 모인출원에 기한 특허의 등록공고가 있는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하기 이전에 또는 등록무효 심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30일이 지나기 이전에 甲의 출원이 있어야 한다(제35조 단서). 셋째, 모인출원인 乙에 의하여 발명이 공지되었다면, 그것이 정당한 권리자 甲의 의사에 반한 경우라도 甲이 6개월 이내에 출원을 함으로써 공지되지 않는 발명으로 인정하고 있다(제30조 제1항 제2호). 그러나 이러한 3가지 구제책은 권리행사 기간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만일 진정한 권리자 甲의 부주의로 기간이 경과하게 되면 甲은 모인출원자 乙의 등록특허를 무효로 할 수 있을 뿐 스스로 특허권자가 될수는 없게 되어 정당한 권리자의 보호에 미흡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정당한 권리자 甲이 모인출원자 乙의 지위를 승계할 수 있다면 정당한 권리자의 보호를 두텁게 0할 수 있을 것인바 이러한 보호방안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 모인출원 중과 모인출원이 등록된 후로 나누어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여론으로 모인출원자 乙의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모인출원 중의 정당한 권리자 보호방안
모인출원 중의 정당한 권리자 보호방안은 정당한 권리자의 출원이 있었던 경우와 무권리자만의 출원이 있었던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1. 정당한 권리자의 출원 이후 출원인 명의가 무권리자로 바뀐 경우
특허출원 중의 명의변경은 양도 인과 양수인의 공동신청이 있으면 가능한바(특허법 제38조, 시행규칙 제26조), 정당한 권리자 甲의 출원 이후 출원인 명의를 승계하였던 사람 乙이 무권리자가 되는 경우로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양도계약에 있어 하자가 있는 경우 또는 권리양도계약이 사후에 채무불이행 등을 이유로 해제되는 경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때 정당한 권리자이자 양도인인 甲은 무권리자이자 양수인인 乙이 스스로 명의를 변경해 주지 않는 다면 무권리자 乙을 상대로 법원에 ‘출원인명의변경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한 다음 그 확정판결을 근거로 하여 출원인 명의를 자신의 명의로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2. 무권리자만이 출원한 경우
무권리자만이 출원하였다면 정당한 권리자의 보호방안으로 적절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위 1.과 마찬가지로 법원의 판결 등을 통하여 출원인 명의를 모인출원자 乙로부터 진정한 권리자 甲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며, 이것이 일본의 판례의 태도이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견해에 대하여는 특허출원을 하지도 않은 정당한 권리자 甲이 판결에 의한 명의변경에 의하여 무권리자 乙이 한 특허출원의 출원인으로서의 지위까지 당연히 승계한다고 하는 것은 권리의 회복 으로서 지나친 점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
Ⅲ. 모인출원이 설정등록된 이후 정당한 권리자의 보호방안
모인출원이 설정등록된 이후 역시 정당한 권리자의 출원이 있었던 경우와 무권리자만의 출원이 있었던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1. 정당한 권리자 및 무권리자의 출원 이후 무권리자 출원이 먼저 등록된 경우
우리 판례는 정당한 권리자의 보호방안에 대하여 “양도인이 특허 또는 실용신안(이하 ‘특허 등’)을등록출원한 후 출원중인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양수인에게 양도하고, 그에 따라 양수인 명의로 출원인명의변경이 이루어져 양수인이 특허권 또는 실용신안권(이하 ‘특허권 등’)의 설정등록을 받은 경우에 있어서 그 양도계약이 무효나 취소 등의 사유로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때에 그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설정등록이 이루어진 특허권 등이 동일한 발명 또는 고안에 관한 것이라면 그 양도계약에 의하여 양도인은 재산적 이익인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잃게 됨에 대하여 양수인은 법률상 원인 없이 특허권 등을 얻게 되는 이익을 얻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양도인은 양수인에 대하여 특허권 등에 관하여 이전 등록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다47218 판결).”고 판시하여 정당한 권리자 甲이 무권리자 乙을 상대로 특허권이전등록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모인출원자 乙의 출원에 의하여 그 명의로 등록된 특허권은 정당한 권리자 甲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영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변형된 것이라 할 수 있고, 정당한 권리자 甲이 무효인 무권리자 乙 명의의 특허에 대하여 무효심판을 청구하여 심결을 받은 후 다시 자신 명의로 특허출원을 한다 하더라도 발명은 이미 공개가 된 상태이어서 정당한 권리자 甲이 특허를 받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설사 정당한 권리자 甲이 금전으로 배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금전배상은 정당한 권리자 甲의 손해를 적절하게 보전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그 타당성의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 판례도 역시 같은 취지이다(최고재판소 2001. 6. 12. 선고 평성9년(オ) 제1918호 판결).
2. 무권리자만이 출원하고 등록된 경우
무권리자만이 출원하여 등록을 받은 경우에 있어 정당한 권리자의 보호방안에 대하여 위 대법원 2004.1. 16. 선고 2003다47218 판결의 이론은 애시당초 정당한 권리자가 출원한 경우뿐만 아니라 무권 리자만이 출원하여 등록을 받은 경우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긍정설과 위 판례의 이론은 무권 리자만이 출원하여 등록을 받은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부정설이 대립하고 있다.
긍정설은 그 근거로서 특허권을 취득할 수 있는지 여부는 명세서 기재의 우열에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발명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특허를 출원하지 아니한 자에게 모인출원자가 받은 특허의 이전등록 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타인의 발명을 악의로 자기가 발명한 것으로서 출원한 자보다 정당한 권리자를 보호하여야 하는 점에서 보면, 정당한 권리자는 모인출원자에 대하여 특허를 받을 수있는 권리, 특허권의 이전등록절차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반면 부정설은 정당한 권리자가 출원하지 않고, 제3자가 모인출원한 경우에 있어서까지 특허권의 이전을 인정하는 것은 출원을 게을리한 정당한 권리자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으로서 불공정한 결과가 되고, 정당한 권리자의 특허출원은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특허권으로 생성변형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 이기 때문에 위 판결은 정당한 권리자가 출원하지 않은 모인출원의 사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한편 우리나라 하급심 판례(서울지방법원 2003. 7. 25. 선고 2002가합72213 판결)는 무권리자 乙이 ‘물고기 집게’라는 고안에 대하여 실용신안 등록을 받자 진정한 권리자 甲이 무권리자 乙을 상대로 자신이 위 고안에 대한 진정한 발명자이고 乙은 자신으로부터 실시권을 설정받은 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 하면서 乙로부터 甲으로의 실용신안등록명의의 변경을 구한 사안에서, “이는 법원이 특허청의 무효심판 절차를 경유하지 않고 무권리자에게 부여된 실용신안등록을 무효로 하고 진정한 권리자를 위하여 새로운 실용신안권설정등록을 해 주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는 것이어서 무권리자의 출원에 의한 등록을 실용 신안등록의 무효 사유로 규정하여 진정한 권리자인지 여부에 관하여 특허청으로 하여금 1차적 판단을 하도록 한 실용신안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부정설의 입장을 취하 였고, 일본의 동경지방재판소 2002. 7. 17. 선고 판결 역시 동일한 부정설의 입장을 취한 바 있다.
Ⅳ. 모인출원자의 민사책임 및 형사책임
1. 모인출원자의 민사책임
무권리자 乙의 모인출원에 대하여 거절결정이 되거나,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되고, 정당한 권리자 甲이 무권리자 乙의 모인출원의 공개 때문에 결국은 특허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정당한 권리자 甲은 모인 출원자 乙에 대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침해를 이유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민법 제750조)를 할 수 있다. 다만 무권리자 乙의 모인출원에 의하여 정당한 권리자 甲에게 어느 정도의 일실이 익이 발생하였나를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2. 모인출원자의 형사책임
무권리자 乙이 발명자의 시험성적서 등을 자신의 것인 양 특허청에 제출하는 등으로 자신이 기술을발명한 것처럼 모인출원하여 특허등록을 받는 경우 사위행위죄(특허법 제229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대법원 1983. 12. 27. 선고 82도3238 판결)에 의하여 규율할 수 있다. 더불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7조, 대법원 2002. 9. 10. 선고 2002도2131 판결 참조)나 공정증 서원본 불실기재죄(형법 제228조, 대법원 1992.11.24. 선고 92도2450 판결 참조)도 논의될 수 있다.
Ⅴ. 마치면서
권리를 창출하는 것보다 그걸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 무형의 지적재산권은 유체물과 달리 절도를 당해도 스스로 인지하지 않는 한 부지불식간에 지나쳐 버릴 수 있다. 스스로 권리를 지키려는 자세, 항상 법제도를 인지하면서 특허도둑에 대비하는 자세만이 자신의 富를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참고문헌] 강기중, “무권리자의 특허출원(모인출원)과 정당한 권리자의 보호”, 법조 53권 5호(572호), 법조협회, 2004 조영선, “모인출원의 법률관계”, 특허판례연구 235면, 한국특허법학회, 2009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변리사 작성, 기계기술(2010년 5월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