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소송에서 중요한 항변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기재불비'를 주장하는 것이다. 만일 특허소송을 제기한 특허권자의 등록특허의 명세서 또는 청구범위가 특허법 제42조 제3항 또는 제4항 기재요건에 해당하지 못하여 '기재불비'에 해당한다면 아예 권리범위를 논할 필요가 없다.
관련하여 우리 특허법은 명세서 중 발명의 상세한 설명 부분은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그 발명을 쉽게 실시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상세하게 적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고(제42조 제3항), 반면 청구범위는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뒷받침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제42조 제4항 제1호).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대한 기재 부분과 청구범위 기재 부분이 서로 유사하게 규정되어 있어, 동일하게 이해할 수도 있지만 둘의 기재 요령은 명백하게 구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 대법원(2016. 5. 26. 선고 2014후2016 판결)은 그 기재방법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이 판례는 구 특허법에 관한 판시 내용이지만 그 취지는 그대로 유지됨)
1.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관하여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이하 ‘통상의 기술자’라고 한다)가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발명의 목적·구성 및 효과를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특허출원된 발명의 내용을 제3자가 명세서만으로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개하여 특허권으로 보호받고자 하는 기술적 내용과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물건의 발명’의 경우 발명의 ‘실시’란 물건을 생산,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말하므로, 물건의 발명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보아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도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기재된 사항에 의하여 물건 자체를 생산하고 사용할 수 있고, 구체적인 실험 등으로 증명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보아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의 효과의 발생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면, 위 조항에서 정한 기재요건을 충족한다.
2. 청구범위에 관하여
특허청구범위에 보호받고자 하는 사항을 기재한 청구항이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하여 뒷받침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특허출원서에 첨부된 명세서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기재되지 아니한 사항이 청구항에 기재됨으로써 출원자가 공개하지 아니한 발명에 대하여 특허권이 부여되는 부당한 결과를 막으려는 데에 취지가 있다.
따라서 명세서 기재요건을 충족하는지는 위 규정 취지에 맞게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을 기준으로 하여 통상의 기술자의 입장에서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발명과 대응되는 사항이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기재되어 있는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개시된 내용을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발명의 범위까지 확장 또는 일반화할 수 있다면 특허청구범위는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하여 뒷받침된다.
두 판시 내용을 분석해 보면, 발명의 상세한 설명은 이를 참조하여 실시가 가능할 정도로 기재하여야 하고, 청구범위는 실시를 전제로 하지 않고 단지 명세서의 기재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으면 적법하게 기재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발명의 상세한 설명과 청구범위의 적법 기재 여부를 따질 때에는, 전자는 실시를 기준으로 따져야 할 것이지만 후자는 실시를 기준으로 따질 필요가 없고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근거가 있는지를 따져야 하는바, 실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발명의 상세한 설명을 기재한 경우는 기재불비에 해당하고,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기술내용을 청구범위로 기재하면 이 역시 기재불비에 해당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9. 2. 18.)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