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소송, 특허심판, 특허침해소송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피고의 항변이 바로 자유실시기술 항변 또는 자유기술 항변이다.
이 항변은 피고 실시 항변이 원고 특허발명의 출원 전에의 공지 기술로 구성되어 있거나 또는 공지된 기술로부터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다는 항변이다.
쉽게 표현하면, 피고 실시 발명은 누구의 권리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 영역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원고 특허발명 침해를 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항변은 1986년 독일의 Formstein(폼쉬타인) 판결에서 시작되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독일이나 일본은 이 항변의 활용에 소극적인데, 우리나라는 이를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
자유실시기술 항변시 원고의 특허발명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원고의 청구범위와 무관하게, 피고의 실시발명과 피고가 제시하는 공지기술을 비교하는 절차로써 행해진다.
우리나라 대법원이 최초로 자유실시기술 항변을 인정한 것은 1990. 10. 16. 선고 89후568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어느 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특허발명과 대비되는 발명이 공지기술로만 이루어지거나 그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공지기술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 경우에는 특허발명과 대비할 필요 없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게 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신규성 흠결 또는 진보성 흠결을 이유로 하는 무효 항변은, 원고의 특허발명에 대한 하자를 주장하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권리남용 항변)
자유실시기술 항변이나 무효 항변 모두 피고가 제출하는 항변인 점은 공통적이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유실시기술 항변의 경우는 원고의 특허발명을 제외하고 판단하나, 무효 항변의 경우는 원고의 특허발명을 포함하여 판단한다는 것이다.
즉 자유실시기술 항변은 공지기술 vs 피고 실시발명을 비교하는 것이고, 무효 항변은 공지기술 vs 원고 특허발명을 비교하는 것이다.
어쨌든 개념적으로는 구분할 수 있으나, 실무로 가면 양자의 구분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유실시기술 항변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결국 원고의 특허발명에 진보성이 없다는 간접적인 주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회적으로 원고 특허발명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원고가 균등침해가 아닌 문언침해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또한 피고가 무효 항변을 하면 원고는 자신의 특허발명이 진보성을 갖추었다는 내용으로 다투면 되지만, 피고가 자유실시기술 항변을 하면 원고는 피고의 실시발명에 진보성이 있다는 내용응로 다투는 꼴이 된다.
특허권자인 원고가 전혀 관여하지 않은 피고의 실시발명이 진보하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인데, 이것 자체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현재 다른 입법례를 보더라도, 미국은 자유실시기술 항변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도 자유실시기술 항변 인정에 매우 소극적이다. 그 이유는 특허권자의 지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허소송에서 자유실시기술 항변의 위치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18. 7. 30.)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