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권자가 민사소송(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본인이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인 사실, 상대방이 침해행위의 실시자라는 사실 등을 주장 입증하면 원하는 금지청구나 손해배상청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한편 상대방 즉 피고의 경우 원고 즉 특허권자의 청구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그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원고가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가 아니다
원고에게 특허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등의 주장을 할 수 있는데, 이는 법적으로 부인으로 분류한다.
2) 피고가 침해행위를 하지 않았다
피고가 실시를 하지 않고 있거나 특허권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원고는 균등론을 주장함으로써 침해행위를 주장할 수 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주장은 역시 피고의 실시행위가 원고의 특허권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실시행위의 일부 부분이 특허청구항의 구성요소와 상이하다는 주장이다.
3) 권리남용항변
항변이라는 것은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면서 그와 양립가능한 별개의 주장을 하는 경우이다. 권리남용 항변이란 원고의 특허권에 있어 신규성 흠결, 진보성 흠결, 기재불비의 무효사유가 있어 원고가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신규성 흠결 판례 : 등록된 특허의 일부에 그 발명의 기술적 효과발생에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이 아닌 공지사유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 그 공지부분에까지 권리범위가 확장되는 것이 아닌 이상 그 등록된 특허발명의 전부가 출원 당시 공지공용의 것인 경우에도 특허무효의 심결의 유무에 관계없이 그 권리범위를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1983. 7. 26. 선고 81후56 전원합의체 판결)
기재불비 판례 : 특허발명의 특허청구의 범위 기재나 발명의 상세한 설명, 기타 도면의 설명에 의하더라도 특허출원 당시 발명의 구성요건의 일부가 추상적이거나 불분명하여 그 발명 자체의 기술적 범위를 특정할 수 없을 때에는 특허권자는 그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고, 특허발명의 기술적 범위를 특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0후235 판결)
진보성 판례 :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어 특허가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하고, 특허권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도 특허권자의 그러한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당부를 살피기 위한 전제로서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4) 자유실시기술항변
자유실시기술은 실시기술이 공지기술과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또는 그 공지기술로부터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도출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 판례 : 권리범위 확인심판에서 특허발명과 대비되는 확인대상 발명이 공지의 기술만으로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공지기술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자유실시기술로서 특허발명과 대비할 필요 없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특허발명의 무효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 않고 확인대상 발명을 공지기술과 대비하여 확인대상 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를 결정함으로써 신속하고 합리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 자유실시기술 법리의 본질, 기능, 대비하는 대상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법리는 특허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대상 발명이 결과적으로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나타난 모든 구성요소와 그 유기적 결합관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이른바 문언 침해(literal infringement)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후366 판결)
5) 권리소진항변
특허권자 등으로부터 적법하게 실시제품을 양도받은 이후 다시 이를 양도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는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항변이다.
대법원 판례 : ‘물건의 발명’(이하 ‘물건발명’이라고 한다)에 대한 특허권자 또는 특허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은 실시권자(이하 ‘특허권자 등’이라고 한다)가 우리나라에서 그 특허발명이 구현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하면, 양도된 당해 물건에 대해서는 특허권이 이미 목적을 달성하여 소진된다. 따라서 양수인이나 전득자(이하 ‘양수인 등’이라고 한다)가 그 물건을 사용, 양도하는 등의 행위에 대하여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우리나라에서 그 특허방법에 의하여 생산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을 포함한 ‘방법의 발명’(이하 통틀어 ‘방법발명’이라고 한다)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우리나라에서 그 특허방법의 사용에 쓰이는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로서 그 물건이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면, 방법발명의 특허권은 이미 목적을 달성하여 소진되었으므로, 양수인 등이 그 물건을 이용하여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행위에 대하여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89903 판결)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블로그(2020. 4. 29.)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