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를 보면 여러 수퍼히어로들이 등장한다. 화학적 작용으로 신체 능력을 올린 캡틴 아메리카와 헐크, 에너지를 신체에 보유하면서 기계적 작용으로 신체 능력을 극대화한 아이언맨 등등.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악당인 '울트론'이다.
울트론이 눈에 띄는 이유는 인류의 미래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울트론은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다. 울트론과 같은 사이보그, 로봇, 개량인간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 바로 포스트휴먼이며, 포스트휴먼 사회는 사람과 사람을 뛰어넘는 '기술'이 공존하는 사회를 말한다. 현대 정보통신기술과 생명과학기술, 인공지능기술의 발달은 가깝게는 드론, IoT, 웨어러블기기, 자율주행자동차, 군용 로봇, 로봇기자, 각종 산업로봇 등을 등장시켜 인간의 노동력과 능력을 로봇들이 대신하도록 하고 있고 인간의 삶 전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생명의 탄생과 유지 및 종결 방식에도 지속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이며 인간은 로봇과 사이보그를 거쳐 자기산출능력을 갖춘 유사인간 종(posthomo sapiens)까지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굳이 울트론을 예로 들지 않아도 가까이에는 킬러 로봇이 등장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고, 기자 로봇이나 각종 산업 로봇 등은 인류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포스트휴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인간의 혼란은 켜져 갈 수밖에 없다.
사회 구조의 변화나 정부 정책의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한 국가 또는 한 가구의 로봇의 보유수가 군사력이나 부(富)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으며, 현재 짜 놓은 공적 연금 제도 등은 노동환경이 급변하게 될 포스트휴먼 사회에서 무용하게 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철학적인 기초 연구가 선행돼야 하지만, 법적으로도 대비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킬러 로봇에 대한 국제적 협력 관계가 빈번한바 우리의 목소리를 내서 국제 규범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함과 동시에 국내 정책에 이를 반영해야 할 것이며, 자율자동차 사고가 발생할 때, 군사 로봇이 아군을 적군으로 오인하여 사살한 때 등의 경우에 그 법적 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에 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
더 근본적인 논의로서, 포스트휴먼과 인간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인간과 지능적으로 유사하지만 몸체로는 인간과 유사하지 않은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 그에 합당한 법적 지위를 보장해 줘야 하는지, 법적 지위를 인정한다면 몸체를 교체해 가면서 반영구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보 중심의 로봇의 사망 시기를 언제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적·법적 대비는 아직 거의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다. 공무원연금개혁에서 반드시 수반돼야 할 30년 후 노동환경에 대한 예측, 드론산업 관련법, IoT 관련법,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책임, 킬러로봇 개발 규제, 로봇스파이 대응 등 당장 눈앞에 다가온 과제도 산적한 상태인데, 이러한 포스트휴먼시대의 문제를 총괄적으로 연구하는 학회는 아직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다가오고 있는 포스트휴먼사회에 대해 철학적으로 탐구하여 '인간'과 '생명'과 '의사소통'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관련 법제도, 정책 등의 개발과 운용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현실적인 입법 제안 등이 필요한 이유다. 단순한 법제도 차원의 논의만으로는 인간의 삶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개념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포스트휴먼사회의 문제를 모두 담을 수 없기에 모든 유관 분야의 학자 및 전문가들의 연구와 소통이 필요하다. 포스트휴먼 시대 도래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그 준비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철학적·법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적극 준비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포스트휴먼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나아가 세계 여론이나 법제도를 리딩할 수 있는 지혜가 매우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디지털타임스(2015. 9. 22.)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