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폼팩터 판결)
특허침해소송이나 특허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 바로 진보성 판단이며, 가장 자주 나오는 쟁점이 바로 선행문헌에 의한 진보성 부정 여부이다.
특허침해소송 또는 특허무효심판절차에서 침해자 측은 여러 선행문헌을 제시하면서 당해 등록특허가 진보성이 없기에 특허권자의 권리주장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침해자측이 제시하는 여러 선행문헌을 어떤 기준으로 권리자 측의 등록특허와 비교하여 등록특허의 진보성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가가 문제되는데, 이것이 바로 진보성의 판단기준이다.
진보성의 판단기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구성 간의 차이가 크거나 또는 효과가 현저히 우수한 경우에는 진보성이 통상 부정되지 않는데, 여기서는 좀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폼팩터 판결이라 불리는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의 내용에 따라 진보성의 판단기준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폼팩터 판결은 미국의 진보성 판단기준 판결인 KSR 판결로부터 4개월 이후에 나왔는데, 아래 2가지의 진보성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1) 여러 선행기술문헌을 인용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인용되는 기술을 조합 또는 결합하면 당해 특허발명에 이를 수 있다는 암시·동기 등이 선행기술문헌에 제시되어 있거나,
2) 그렇지 않더라도 당해 특허발명의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 기술상식, 해당 기술분야의 기본적 과제, 발전경향, 해당 업계의 요구 등에 비추어 보아 그 기술분야에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용이하게 그와 같은 결합에 이를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당해 특허발명의 진보성은 부정된다.
각 단계별로 하나하나 기준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번째 기준은, 여러 선행문헌 기술의 조합 등으로 당해 등록특허에 이르도록 암시나 동기 등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선행문헌에 등록특허 청구항에 대한 내용이 시사되어 있거나, 선행문헌과 등록특허 사이에 해결과제나 기능, 작용이 공통적인 경우에는 선행문헌에 의하여 당해 등록특허의 진보성이 부정될 수 있다.
여기서 선행문헌의 암시나 동기 등은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묵시적이어도 족하는지 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견해 다툼이 있지만, 아래에서 소개할 미국의 TSM 기준에서는 묵시적인 것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위 첫번째 기준은, 미국의 TSM(Teaching, Suggestion, Motivation / 교시, 제안, 동기) 기준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으로서, 판단자의 사후고찰을 방지하고 단순한 가능성만으로 손쉽게 특허를 무효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사상이 포함되어 있다. 진보성 판단에 있어 객관성을 담보하자는 취지이다.
두번째 기준은, 첫번째 단계에 의하여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은 경우에라도, 5가지 즉 특허발명의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 기술상식, 해당 기술분야의 기본적 과제, 발전경향, 해당 업계의 요구 등을 고려하여 진보성을 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첫번째 기준이 갖는 획일적인 성격을 보완하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TSM 기준 이후에 나온 KSR 판결에서, 종전의 TSM 기준이 갖는 엄격성 및 경직성을 최소화하고 보다 유연하며 좀 더 나은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는바, 우리 판례의 두번째 기준은 동일한 취지가 반영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상 특허침해소송 또는 특허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인 특허발명의 두 가지 진보성 판단기준을 살펴보았다.
두 가지 판단기준은 서로 보완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서,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는 1) 객관적인 선행문헌을 근거로 사후고찰을 배제하고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2) 이런 과정에서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 경우에는 특허발명의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 기술상식, 해당 기술분야의 기본적 과제, 발전경향, 해당 업계의 요구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변리사 작성, 블로그(2018. 7. 22.)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