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이하 ‘저작자부정표시죄’라고 함), 이 죄는 친고죄가 아니다.
위 저작자부정표시죄는 실무에서 많이 거론되는 범죄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교수들의 표지갈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에서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어 이를 계기로 이 범죄를 설명해 보기로 한다.
필자는 2014년 저작자부정표시죄의 형사사건 변호를 맡은바 있었는데, 이 사건은 한 언론사가 사진저작자가 찍은 사진에 대하여 이용허락은 받았지만 별도의 허락없이 언론사의 워터마크를 삽입하자, 사진저작자가 언론사의 워터마크 삽입을 문제삼아 고소한 사건이었다.
법원은 검사의 기소에 대하여, 워터마크는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권리관리정보로서 저작자뿐만 아니라 사진의 이용허락을 받은 언론사 역시 자신의 워터마크를 삽입하여 기사를 편집할 권한이 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의 상고포기로 확정되었다.
한편 언론에 소개된 교수들의 표지갈이 사건은 다양한 케이스가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이미 공표한 책의 저작자 A의 허락을 받은 출판사 B가 저작자 아닌 대학교수 C의 승낙을 받아, 책의 저자 표시란에 A와 C를 공저자로 하여 출판한 사건에서의 대학교수 C의 법적 책임에 대하여 검토해 보고자 한다.
즉 단독으로 이미 출판한 책을 공저자로 표시하여 다시 출판한 ‘대작(代作)’ 사건의 저작권법 이슈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위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면, 첫째, 저작자의 허락을 받은 대작이 저작자부정표시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고, 둘째, 이미 출판한 책을 다시 출판한 것이 저작자부정표시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순서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저작자의 허락을 받은 대작이 저작자부정표시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저작자의 허락을 받은 대작에 대하여 저작자부정표시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한다.
일단 저작자부정표시죄는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 외에 사회 일반의 신용도 보호법익에 해당하므로 저작자의 허락을 받은 대작이라도 형사처벌을 긍정하여 문화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 있다(이해완).
반면 대작으로 인하여 공중에 대한 신용 보호에 위해를 가져온다거나 혼동의 우려가 발생하는 등 부정경쟁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저작자부정표시죄가 성립하지만, 부정경쟁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경우에는 본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다(오승종). 특히 이 견해에 따르면 사회적 평판이나 판매량을 올리기 위하여 저명 작가나 그 분야의 명성이 높은 대가의 성명을 저자로 표시한 경우에는 저작자의 허락이 있더라도 저작자부정표시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위 두 견해 중 어느 견해에 따르더라도, 이번 표지갈이 사건에서 대학교수 C는 저작자부정표시죄의 책임을 진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출판한 책을 다시 출판한 것이 저작자부정표시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미 A 명의로 출판한 책을 다시 A와 C의 공저로 하여 출판한 것이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의 ‘공표’에 해당하여 저작자부정표시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저작인격권 중의 하나인 공표권은 ‘미공표’ 상태의 저작물에 대하여만 침해가 문제되는 것이므로 저자물이 저작자에 의하여 공표된 경우는 물론 허락받지 않은 제3자가 무단으로 공표를 했다면 일단 공표가 된 이상 다시 공표하더라도 공표권의 침해를 주장할 수는 없다.
만일 이러한 공표권 관련 법리가 본 사안에 그대로 적용된다면, 이미 A가 출판한 책을 다시 A와 C 이름으로 출판한 것은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의 ‘공표’에 해당하지 아니하게 되는바, 결국 저작자부정표시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하여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퉈질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작자부정표시죄에 대한 법리가 많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블로그(2016. 1. 27.), 디지털데일리(2016. 1. 27.), 리걸인사이트(2016. 2. 24.)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