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서 타인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사진과 일상생활 모습, 그리고 직업까지 도용해 SNS에서 이중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남의 사진을 자신의 SNS에 걸어두고 그 사람의 신상정보까지 내세우는 사람, 그 사람인양 행세하여 물건을 팔거나 호감가는 이성에게 말을 거는 사람 등등.
예전에는 일반인이 잠시 연예인 행세를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일반인이 지속적으로 일반인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심리학적으로 정신 병리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라는데, 이를 법적으로 판단해 보면 어떤 결과가 될까?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터넷상에서 타인인양 행세하는 것 자체를 처벌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단순한 명의도용의 경우 피해자는 초상권이나 인격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법원 실무상 이러한 경우 손해배상액이 크지 않아 민사소송은 효과적인 피해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포털에 문의해 관련 글을 내리게 할 수 있으나, 이 과정에서 포털은 본인확인을 까다롭게 요구하고 있고, 일부 외국 소재 포털은 그나마 연락도 되지 않는다.
한편 단순 명의도용에서 벗어나, 사기를 치거나 명예훼손 또는 성희롱을 하는 등의 행위까지 간다면 사기, 명예훼손, 성희롱 등으로 형사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명의도용 자체에 대하여 처벌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단순 명의도용 행위에 대한 피해구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타인의 명의도용을 impersonation(우리말로는 '흉내내기')이라 하여, 재산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또는 타인에게 해를 가할 목적으로 타인인 양 행세하는 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고 있다. 점점 피해가 확산되어 가는 SNS상의 타인 모용 행위에 대하여, 법적 대책으로 고려해 볼 만한 입법례라고 생각된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법률신문(2015. 4. 6.)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