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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자와 체결한 경쟁사 취업금지 확약서, 약관법 적용될까


2020년도 초반 세계 각국의 경기부흥책 시행 및 팬데믹 진정세로 인하여 주가가 상승한 이후 주식시장은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침체되어 있으며,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조로 인하여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우려도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악화된다면, 기업들은 몸집을 줄이기 위하여 경영상 이유로 인한 ‘정리해고’ 카드를 꺼내어 들고 고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그 요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기에 그 대안으로 직원들에게 퇴직위로금, 퇴직금 등의 일정한 보상을 지급하고 상호합의 하에 정년 전에 퇴직하게 하는 ‘희망퇴직 제도(명예퇴직)’를 활용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희망퇴직 제도 및 희망퇴직 신청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작성한 확약서의 효력에 관한 판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희망퇴직 제도

희망퇴직 제도(명예퇴직)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고용조정이나 승진적체 해소 등의 방법으로 미리 정해진 요건에 따라 희망자를 모집한 후 이를 심사하여 승인함으로써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2다11458).

희망퇴직의 법적 성격은 합의해지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당사자 간의 합의 내용에 따라 그 효력이 발생하며, 일단 희망퇴직을 합의한 후에는 당사자가 임의로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일반적으로 퇴직위로금 등의 금전을 추가로 지급하게 되는데, 퇴직위로금 등의 지급 여부 및 지급액 등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관련규정이 있다면 그에 따르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회사의 경영사정 및 지불능력 등을 감안하여 결정하면 된다.

경쟁사 취업금지의무 및 위반시 퇴직위로금 등 반환의무 규정한 확약서, 약관법 적용 여부

근로자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서 회사에 확약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 사례에서 회사는 희망퇴직자들과 비밀유지의무 및 1년간 경업금지의무를 규정한 확약서를 작성하고, 위 확약서에 이러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근로자는 회사가 지급한 퇴직위로금 등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였다. 이후 희망퇴직자 중 2명이 퇴직 4개월 만에 경쟁회사의 지점장으로 취업하면서, 회사는 위 확약서에 따라 이미 지급한 퇴직위로금 등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 경우 회사가 여러 희망퇴직자들과 일괄 작성한 확약서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의 적용을 받는 것일까.

약관법 제2조에 따르면,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의미하지만, 이러한 약관이 근로기준법 또는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영리사업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약관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대법원 2010. 1. 19. 선고 2009마1640 결정).

본 사안에서는 회사가 여러 명의 희망퇴직 신청 근로자들과 일정한 형식의 확약서를 미리 마련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에서 확약서가 약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퇴직위로금 등을 반환한다는 조항이 약관법 제6조에 따라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원심은 이 사건 확약서가 약관법 제2조에서 정한 약관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 반환약정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고객인 원고들(희망퇴직자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으로서 약관법 제6조, 제8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확약서는 약관법 제30조 제1항에서 정한 ‘근로기준법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해당하여, 약관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며, 해당 사건을 원심법원에 파기환송하였다. 구체적으로 “위 확약서는 갑 회사와 소속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로 종료되는 경우의 권리ㆍ의무관계를 정한 것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인 근로계약 관계를 전제로 하여 그 종료 시의 퇴직금 지급 외에도 퇴직위로금 기타 각종 경제적 지원에 수반되는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널리 '근로기준법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관한 것'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그 체결 경위 및 내용과 실질에 있어서도 단체협약과 이에 따른 갑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의 협의는 물론 을 등을 비롯한 이를 작성한 개별 근로자와 갑 회사 사이의 합의 및 상당한 액수의 경제적 급부를 대가로 하는 개별 근로자의 자발적 신청 등에 근거를 두고 있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조건의 기준 및 상호 동등한 지위 하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취지(근로기준법 제3조, 제4조)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위 확약서의 전제가 되는 희망퇴직의 유효성 여부와 조건 등이 문제가 될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그 유효성이 판단될 것이므로, 약관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약관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위와 같이 회사가 희망퇴직 근로자와 본 사안의 내용과 유사한 확약서를 작성하게 될 경우 그 내용의 적절성에 대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확약서의 전제가 되는 희망퇴직의 유효성에 대하여도 사전에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받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법무법인 민후 이주은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2. 11. 3.)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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